여행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떠나다 28

2003 베트남(호치민) 6화 - 연인의 학교

가끔씩 여행을 하며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는 경우가 있다.공돈이 생긴 것도 아니고 좋은 호텔에 저렴하게 숙박하는 것도 아니다.여행자로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을 우연찮게 또는운 좋게 마주치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 필리핀 마닐라에 갔을 때바클라란 시장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농구시합을 본 적이 있다.작은 골목길을 막아 양쪽에 골대를 세우고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들과 심판진, 그리고 나름대로 비장해 보이는 표정들.고르지 못한 바닥과 환경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지만끝까지 신중하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잠깐 작전타임 휘슬이라도 울리면그 틈을..

2003 베트남(호치민) 5화 - 모닝콜

베트남의 분위기 상 밤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닐 곳도 없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고,일찍 잠자리에 드니 일찍 일어나게 된다.더욱이 2시간 늦은 시차 때문에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몸이 일어난다면,그 시간은 아직 새벽 6시 이전이니 더욱 그렇다.베트남을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밤늦게 까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쏘다니며 낮시간을 즐기는 게 방법이다.물론 그걸 알게 되는 데까지는 무려 3년이 걸렸다.    호텔을 조금 좋은 곳으로 옮기니비로소 모닝콜이라는 세련된 단어가 생각나기 시작했다.원래는 웨이크업 콜Wake-up call이라고 하고, 모닝콜은 전형적인 콩글리쉬다.하지만 아침에 혼자 힘으로 일어나기 힘들 때남이 도와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단어의 정확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2003 베트남(호치민) 4화 - 롤렉스 시계

사이공의 첫 아침.시차와 잠자리 적응에 실패하여 6시경에 눈을 떴다.베트남의 아침은 일찍 시작한다는데 그거야 더운 나라니까 그렇다.대학교의 첫 수업이 6시 30분에 시작한다며부지런한 나라라고 잘라 말하는데부지런한 걸로 따지면 우리나라 당할 나라있나?새벽 3시쯤 잠이 안와 담배라도 한대 피우려고 집앞 골목길에 서있자면신문 배달, 우유 배달, 한경미화원 등 평소 몰랐던 사람들모두가 부지런히 움직인다.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똑같이 움직인다.이런 장면을 베트남 사람들이 보면 쓰러질 것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대충 호텔을 옮기고 나니후이부(huy Vu. 26. 영어강사)가 찾아왔다.대뜸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묻는다.첫 행선지는 근처에 있는 유명한 시장 벤탄 시장으로 잡았다.어느 나라든 시장이란 곳은..

2003 베트남(호치민) 3화 - 쌀국수 퍼(Pho)

지금 내가 즐기는 여행의 패턴하고는 너무나 다른 일정이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첫 번째 방문에서의 몇 가지 실수는 다음 여행에 있어 중요한 지침서가 되었다.첫 방문지인 베트남을 잘 훑어볼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이 지루한 여행기도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사이공에 도착하여 호텔을 잡고 짐을 푼뒤 가장 먼저한 일은밥 먹는 일이었다.외국에 나가니 밥 먹는 일도 대단한 일정인양 가이드북 여기저기를 뒤졌다.자리에 함께 있던 후이부(Huy Vu. 26. 영어강사)가 물었다. 어디 가서 뭐 먹을래?잠깐 기다려봐. 한국에서 뉴스나 신문만 봐도베트남의 음식중에 쌀국수가 유명하다는 것은 저절로 알게 된다.쌀국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쌀로 만든 국수를 만하는 것인데,가끔 나이 40쯤 먹은 사람이 예전에..

2003 베트남(호치민) 2화 - 호텔의 서비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그러나 처음..

2003 베트남(호치민) 1화 - 공항의 주객전도

이 이야기는  2003년 11월에 있었던 첫 베트남 여행기다.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의 현실과 상당히 다른 당시의 상황이지만그래도 나는 이 여행기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아마 처음이라는 신선함과 아직 베트남의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한 순수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시간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듯 훌쩍 과거로 돌아갔다.여행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은 삶을 아름답게 한다. ------------------------------------------------------------------------------------------  약 5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친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에 착륙하기 시작했다.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치민(Hochiminh)시의 관문인탄손나트 공항(Tan Son Nhat, ..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4-끝)

1997년 3월 31일(월) 간밤에 여러 곳을 다니느라 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는데서둘러야 하는 아침 일정 때문에무척 이른 시간에 눈을 뜨려니 몹시 힘들었다.평소 체력 관리도 중요하지만 여행 일정에 있어서의 체력 안배 또한몹시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서너번 되새기며 호텔을 나섰다.  마닐라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인 ‘팍상한 폭포’를 가는 날.벌써 3번이나 필리핀에 왔지만이상하게도 ‘팍상한 폭포’와는 인연이 없었다.3번째 방문만에 가보는 ‘팍상한 폭포’.우리말로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곳이지만이곳 마닐라에서는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다.이곳에 오기 전부터 우리나라의 많은 TV프로를 통해 보아왔고,또한 월남전을 그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지옥의 묵시록’의 로케 현장이라는 사실 ..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3)

1997년 3월 30일(일) 느낌도 그렇고 주워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오늘의 일정은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그래서 현지 가이드도 오후에 오라고 했고그 시간을 이용해 호텔 수영장을 찾았다.의아해 하던 가이드의 표정이 생각난다.보기 드물게 맛보는 오랫만의 한가로움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찾은 화산지역 ‘따가이따이(Tagaytai)’. 카비테(Cavite)에 있는피서지로 해발 700m에 위치하여 마닐라에 비해 서늘하며타알화산(Taal Volcano)과그 주위를 둘러 싼 타알호(Taal Lake)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통일전망대 같은 분위기로내국인 관광객이 많고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하다. 맥주 한잔 하려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잠깐 맥주 얘기를 짚고 넘어가자.필리핀..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2)

1997년 3월 29일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곳은 마닐라의 유명한 휴양지 ‘푸에르토아줄’.스페인 말로 ‘푸른 섬’이라는 이곳은 스페니쉬 계통의 한 부자가 소유한 땅에만들어진 리조트라는데 그 정취와 아름다움이 굉장하다.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방문이어서새로운 발견보다는 나름대로의 추억에 젖고 싶었는데애석하게도 많은 관광객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우리나라의 보통 유원지나 관광지에 비하면야사람이 없다고 표현해야 하겠지만이곳의 평소 상태로 보면 꽤 많은 관광객이 온 셈이다.사람이 많고 적음에 따라 느끼는 감상은 너무도 다르다.지난번에 찾았던 이 곳은 너무도 한가로운 여유의 만끽이었는데…. 오늘은 일정이 이곳 뿐이니 일찍 돌아가서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가 ..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1)

여행에 앞서그리 자주 하는 여행은 아니지만 여행을 목적으로 외국에 갈 때마다 꼭 다짐하는두 가지가 있다.우선은 여행을 함께 하는 인원이 3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또 하나는 현지에서는 우리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현지 언어를 - 그것이 의사 소통을 위한 몸짓이 될지언정 -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서로 비슷하기도 한 이 두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원래의 목적이라고 생각한 ‘여행’이라는 것이 ‘관광’이나 ‘휴양’이 되지 않도록하기 위한 것으로,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들만의 문화를 맛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997년 3월 28일(금) 마닐라로 향하는 아침-혹시라도 더운 지방 여행에 짐이 될까봐 두꺼운 옷을 피했더니3월의 이른 아침이 유난히 쌀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