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떠나다 28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4-끝)

1997년 9월 29일 (월)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어제의 흥분에서 조금씩 가라앉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들떠 있었다.아침 일찍 서둘러 전철역에 나가 신문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일본인들은 자꾸만 나를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6개의 스포츠신문 중어제의 경기를 톱기사로 다룬 신문은 오로지 한개 뿐이었다.나머지는 모두 프로야구의 우승팀 소식이 톱기사였던 것이다.그때까지의 나의 생각으로는,현재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인이라면제법 당당하게 톱기사로 게재를 했을 것이라 믿고 있었던 것이다.이성적인 분석과 함께.그러나 톱기사도 아닌 어제의 축구 경기와 관련한 커다란 사진은더욱 황당한 것으로,우리 선수의 반칙하는 장면과 일본팀의 스타인 ‘미우라’라는 선수가 부상당해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는 사진들이었..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3)

1997년 9월 28일(일) 흐림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있는 날이라다른 날 보다 몹시 긴장된 아침을 맞았다.서둘러 전열을 가다듬고 우리는 마지막 응원 연습을 위해 시내에 있는재일동포를 위한 학교운동장에 모였다.교문에 써있는 명판을 보니 왠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을 저미어 온다.비로소 내가 일본 땅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온 다른 응원단과 합류하여 마지막 호흡을 맞추어 보았다.낯설지 않은 교복을 입고 지나가며 우리를 쳐다보던교포 학생들의 눈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하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그저 오늘의 경기를 이겼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일본 땅에 도착하면서부터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TBS 방송의 스탭진들도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2)

1997년 9월 27일(토) 여전히 흐린 날씨 50여명의 본 팀이 도착하는 날이다.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방 배정을 하고 저녁식사를 위한 도시락을 주문하러 갔다.우선 도시락 몇개를 종류별로 주문해보았다.식사도 할겸 앞으로 올 일행들의 식단도 짤겸 미리 맛보기로 했다.이 나라는 사먹는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편의점만 가보아도 우리는 상상도 못할갖가지 음식들이 즉석으로 먹을 수 있도록 포장된 채 전시되어 있다.그래서 그런지 음식맛도 꽤 좋은 편이다.아니, 좋다기 보다는 사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 느낌엔사먹는 음식치고는 매우 성의있다는 것이다.마치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처럼 말이다. 식사와 도시락 주문을 마치고 일행 중 2명은 본팀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가고나는 숙소에 남게 되었다. 잠시 틈을 ..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1)

1997년 9월 28일에 있는 ’98월드컵 최종예선 대일본전을 보기 위해일본으로 향했다.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했고 또 그동안 다닌 여행과는 달리가장 확연한 목적으로 가는 여행이기도 했다.붉은 악마 일행은 모두 55명이었는데나는 선발대 4명의 일원으로 다른 일행보다 하루 먼저 동경으로 가게 되었다.하루를 더 머물 수 있음이 행운이라면 행운이랄까?그 덕분에 한국에서의 마지막 미팅을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지면서나는 일생일대의 명대사를 하나 남기게 되었다.  “내일 모레, 동경에서 만나자구!”    1997년 9월 26일(금) 오후 1시 40분, 기내에 올랐다.처음 타보는 JAL이어서 기장의 일본어 인사말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비행기에서는 항상 영어만 들었는데 말이다.어찌된 일인지 일행 4명이 모두 뿔뿔이 흩어..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4-끝)

1998년 3월 30일 (월요일) 아침에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푸켓을 떠난다는 사실이 어쩐지 반갑게 느껴졌다.태양이 강하게 내려쬐는 날이어서 그랬는지 지난 밤에 대한 기억은 강한 햇볕에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방콕에 도착했다.오가는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방콕이 엄청난 교통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어렵잖게 떠오를 수 있었다.이곳에 오니 3륜 툭툭이 보인다. 책에서 보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는데푸켓에서는 한대도 보지 못하다가 방콕에 오니 보이기 시작한다.오토바이를 개조했는지 핸들이 불안정하게 보여져서아마 나는 불안해서 못탈 것만 같다. 이곳의 관광명소라는 왕궁에 도착했다.이곳은 태국의 왕들이 살던 곳으로 방콕의 유명한 관광지며 왕에 대한 경의를중요하게 생각하여 그 관광 절차가 제법 까..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3)

1998년 3월 29일 (일요일) 예전에 007이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해진제임스본드섬이 있는 팡아만에 가는 날이다.하지만 왠지 좋은 경치라고 말하는 것들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일정을 포기하고 푸켓에서 제일 큰 도시라는 푸켓타운으로 나갔다.하지만 일요일이어서 대부분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호객 행위하는 툭툭 운전수들만 자주 만나게 되었다.이곳 푸켓에는 대중 교통수단이라고는 툭툭이라 불리우는 일종의 택시 밖에 없다.물론 어떤 사람들은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또는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니기도 하는데좌측통행이 익숙치 않은 내게는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아 툭툭만 이용했다.이 툭툭이라는 것은 태국을 오기전에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3륜차가 아니라마치 우리나라의 다마스나 타우너 같은 소형 승합차에뒷좌석 부분은 지붕..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2)

1998년 3월 28일 (토요일) 새벽 6시에 눈을 떴다.호텔 부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마치고 나니선착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오늘 일정은 피피섬에 가기로 되어 있다.피피섬은 푸켓 주변에 자리잡은 많은 섬들 중에서그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어 푸켓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빠지지 않고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관광객은 모두 외국인이다.동양인들은 대부분이 중국계 사람들이었고서양인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유럽에서는 이곳 푸켓을 무척이나 선호하는 관광지라고 한다.특히 지형적인 영향으로 유럽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외선이이곳에서는 얼마든지 풍부하게 비춰주고 있으니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배는 약 200명 정도가 ..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1)

1998년 3월 27일 (금요일) 3월에 동남아 국가를 방문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매한 일이다.아직 겨울의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몸은 겨울처럼 움직이는데 한순간에 뜨거운 여름을 맞아야 하는갑작스런 기온의 변화에 따르는 신체적인 부적응 때문이다.돌아 올 일도 생각해서 얇은 점퍼를 하나 걸치고 집을 나섰지만그래도 아침 바람은 쌀쌀하기만 하다. 태국은 처음 가는 곳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여서 그곳에 관한 얘기는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많이 알고 있긴 했지만 막상 직접 간다고 생각하니그 많은 얘기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 했던가?일행도 많다. 나를 포함한 무려 15명.나이도 내가 제일 많으니 이거야말로 출발부터 부담스러운 여행 아닐까?  오전 10시 50분.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