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도시락이라는 것을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가게 되었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도시락이라는 것은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 것이기도 했고, 또한 나이가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것이기도 했다. 당시 형편으로는 보리가 잔뜩 섞인 밥에 김치 한 조각 들어 있는 것이 도시락이라는 실체의 전부였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러했기에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되지는 못했다. 다만 도시락이 있어서 하루가 뿌듯했고 즐거웠을 뿐이다. 그것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인생의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채 말이다. 그날은 어머니가 아침부터 바쁘셔서 도시락을 가져갈 수 없었다. 칭얼거리는 나를 타이르시던 어머니는 점심 식사 시간 전에 학교에 가져다 줄테니 걱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