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아버지께서는 몸담고 계시는 어떤 모임에서 열리는
등산대회에 가신다며 나와 같이 갈 것을 제안하셨다.
많은 어르신들하고 같이 있다는 게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리 특별히 할 일도 없었고 또 이 기회에
효도라도 한번 해야겠다며 순순히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최종 목적지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등산코스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끔 오르던,
젊은 사람들에겐 산책 정도 되는 그리 높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그곳을 찾으니 그 전의 그곳보다는 한참이나
높게만 느껴질 정도로 힘들게 올라가야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가뿐 숨을 고르며 잠시 쉬는데
아버지를 포함한 여러 어르신들이 무언가 곤란한 일이 생긴 듯했고,
의견을 주고 받으시던 얘기중에 아버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리 아들에게 부탁하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셨다.
어차피 효도하자고 온 것이니 그러러니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아버님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고도 아주 근엄한 말투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려가서 담배 좀 사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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