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SNS, 밴드에 쓴 글 170

<페북-2016> 이름

이상하게도 페친 중에 '은주'라는 이름이 참 많다. 성(姓)별로 한명 이상씩 있다. 우리집에도 한명 있다. 환갑을 앞둔 큰누나. 이름에 대한 큰누나의 논리는 상당히 단호하다.큰누나가 초등학교 다닌 1960년대, '은주'라는 이름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름이 이쁘다고 동네가 난리났다고 했다. 그 이후로 '은주'라는 이름이 많아졌고, 지금은 흔해졌지만 사실 그 이름은 자기 이후로 유행된 거라고 주장한다. 이쁜 이름이니까 당연히 많아진 거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나름 설득력이 있다.큰누나 잘 지냅니까?

<페북-2016> 알바

강의 원고 외우다보니 점원이 하는 얘기를 못들었다.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는 말이겠지만 혹시나 해서 되물었다."뭐라고 했는지 다시 말해주시겠습니까?"강의 원고 중얼거리다 그랬는지 내 말투는 몹시 딱딱했다. 그런데...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알바생이 곧 눈물을 흘릴듯이 덜덜 떨면서 얘기했다."정량보다 더 넣었...흑...구요. 흑... 주문하신.. 흐흑 파인트 나왔.. 흐흐흑 다고 했습니다."".....!"미안해요. 학생 ~~ -^^나 나쁜 아저씨아냐~~

<페북-2016> 핸드폰 번호

사람들의 핸드폰 번호는 대부분 집전화번호와 같거나 생일 같은, 자신만의 숫자다. 그런데 나는 그게 이상했다. 어차피 남들에게 알려주는 번호니 자기보다는 남이 더 외우기 쉬운 번호를 정해야 하는게 더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물론 예전 얘기다.그래서 나는 네자리 숫자중 사람들이 기억하기 가장 좋은, 그러나 1234나 1111같은 부작용이 없는 숫자를 찾기로 했다.그래서 모티브를 찾은 것이 구구단이었고, 수많은 구구단중에 가장 임팩트가 강하다고 생각한 '이구십팔'로 정했다. 아직 사용중인 내 핸드폰 번호 끝 네자리는 2918 이다.

<페북-2016> 쇼핑

좀 웃기는 얘긴데...쇼핑을 참 좋아한다. 물건 사는 것도 좋아한다. 비싼 물건도 아니고 만원 이하의 상품들. 주로 가는 곳이 다이소, 홈플러스... 요즘은 사무실 옆에 있는 아울렛 매장.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물건 몇개 샀다가 시간이 지나 용도가 없음을 알고 버리는 일이 대부분이다.어제는 아울렛 갔는데, 1층 악세서리 매장에 아줌마들이 몰려있다. 45000원짜리 귀걸이를 9000원에 판다고 했다. 생각없이 그냥 샀는데 이걸 내가 쓸일도 없고...집에 가져가서 4만 5천원주고 샀다고 했다. 좋아했다. 이제 여기 친구들이 입만 다물어주면 된다.

<페북-2016> 자극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게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틀린 생각이었다.주변의 특정인 몇명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일에 큰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제 웬만큼 큰 자극 없으면 흥미조차 없는 나보다, 별 것 아닌 일에 웃음이 쉽게 터지는 그들이 더 재밌는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난 이제 재밌게 살긴 틀렸다.

<페북-2016> 5월 1일

1년 365일중에 가장 좋아하는 날짜 하나를 딱 꼬집어 말하라면 참 난감한 질문이다. 하지만 난 좋아하는 날짜가 있다. 5월 1일이다.생일도 아니고 특정 기념일도 아니며, 가슴에 간직해야 할 사건이 있던 날도 아니다.시기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1이라는 숫자가 주는 신선함이 있으며, 또 좋아하던 노래 BeeGees의 First of May도 추억속에 있다. 그냥 그것뿐이다.고등학교 1학년때 5월 학원 개강하는 날 서울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재수하던 김미경 누나가 생각난 것도 아니다.그냥 매년 5월 1일이 되면 남몰래 설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즐거워했다. 그냥 내맘이다.세상에는 혼자만의 근거없는 믿음으로 즐거울 때가 있다. 비록 이번 5월 1일은 일요일이 되는 바람에 ..

<페북-2016> 투자

작년 가을, 촬영을 떠날 때 마누라가 1000달러를 줬다. 얻어먹지만 말고 스탭들 밥도 사야 큰소리도 칠 수 있다고 했다.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진 건 잠시, 한달 뒤 방송이 나가고 이후 출연료가 들어오자 1000원도 안남기고 뽑아갔다.백화점 문화센터와 강의계약을 하고 마누라는 비슷한 말을 했다."가서 담당자 밥 좀 사야 하는 거 아니유?"계좌송금 사건의 미스테리를 풀 수 있는 근거는 이 대목뿐이다.그래도 한푼도 없는 것 보단 낫다는 생각과 더불어 다음 생엔 꼭 잘살자는 기약으로 지내고 있다.

<페북-2016> 희소성

음식맛의 좋고나쁨은 희소성에 있다. 구하기 힘들어서, 쉽게 맛볼 수 없다는 이유로 마치 맛있는 것 같이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나는 생선 중에 고등어가 제일 맛있다. 만약 고등어가 쉽게 못먹는 생선이었다면, 고등어 찬양은 상상도 못할 게다.간밤에 구워서 이미 식어버린 자반구이와 찬밥에 시원한 물을 잔뜩 말아먹는 상상을 하며 입맛을 다진다.흔히 볼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내게 제일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