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웃음 사이 20

ANAK - 필리핀의 소리

1979년경. 중학생이던 내가 팝송 듣는 일에 재미를 느낄 무렵이다.당시 ANAK이라는 필리핀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미국와 영국노래가 전부였던 팝송 시장에 아시아권 노래가 알려진 것이다.타갈로그어로 불려진 이 노래는언어의 차이에서는 충분히 이국적인 이미지를 느끼나멜로디의 친숙함에서는그 동안 들어오던 팝송과는 또 다른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했다.아마도 필리핀 노래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이 노래가 처음이고그 뒤로도 필리핀 노래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없을 것이다. 자, 그러 필리핀이란 어떤 나라일까?사회적인 상식으로 알기에 필리핀이란 나라는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며동남아에 위치하고 있어 일년 내내 더운 날씨이며전 국민의 80%가 카톨릭 신자인 아시아 유일의 카톨릭 국가다.한때 잘 살기도 하다..

약국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가끔 동료들과 탁구장에 갔었다.회사에서 머잖은 곳에 있는 탁구장은 시장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퇴근후에 탁구를 한판 즐기고 나오면 이미 시장이 문닫은 시간이라이곳저곳 주변을 둘러볼만한 이유는 없었다.그러던 어느 여름, 해가 길어지면서 주변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재미있는 간판 하나를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약국이었다.커다란 간판에는 '용한약국'이라는 빨간 글씨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얼핏 스치듯 지나친 그 간판이 집으로 돌아올 때쯤 조금씩 선명해지더니이후 그 이름과 이름을 짓게 된 기발한 발상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약국 이름이 용한 약국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지은 이름일 것이다.그 당시엔 의약분업이란 제도는 알지도 못할 때여서많은 서민들은 약국을 병..

추억 들국화

#0 매우 오래전에 쓴 글이지만 새로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들국화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다시 정리하곤 했다.그러면서 다시 추억을 더듬고,이러한 추억의 그리움은 새로운 삶의 큰 힘이 되곤 했다.다시 글을 정리하는 지금은 지금은 2012년 6월.들국화를 처음 만난 것도 6월이었으니6월은 내게 들국화와의 인연을 깊게 만들어주는 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들국화 멤버와 인연이 있었던 적도 없고당연히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다.그저 콘서트장 한 구석에서 자리를 묵묵히 채워준 한사람의 팬이었을 뿐이다.  #1 1983년. 한장의 앨범을 구했다.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앨범으로 이영재와 이승희,그리고 최성원 3명의 이름으로 나온 옴니버스 앨범이었다.그 앨범에는 최성원의 노래로 [매일 그대와]가 있었고,..

디즈니랜드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라는 방송을 했다.요술공주가 살 것만 같은 그림 같은 성의 모습이 만화로 나오고마술봉을 든 요정이 성의 꼭대기를 마술봉으로 건드리면화려한 불꽃들이 잔뜩 내려오는 시그널이 인상적이었다.만화도 하고 가끔 영화도 하며동시대를 살아온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바로 그 프로그램이다.그것이 다분히 미국적이고 문화적 침략이라는 것은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된 일이고,당시에 그런 생각을 했다면나는 무척이나 사악한 놈으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것이다. 남들은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디즈니랜드에 대한 환상과 꿈을나는 멍청하게도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에게는 참으로 딱한 일이었다.그 정도는 제법 심해서군대에서 쓴 일기장에도 가끔 디즈니랜드에 가고..

WALKING MUSIC

일반적으로 '워크맨'이라고 통칭되는 소형 카세트테이프 레코더가 있다.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대중화된 상품이지만그 기계를 처음 보고그 음을 들었을 때의 감동은 엄청났다.크기와는 상반되게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웬만한 콤포넌트 오디오 시스템과 맞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그 워크맨을 내가 직접 소유하게 되었다.SONY사의 정통 워크맨은 아니었고 당시 금성전자에서 나온 제품이었는데크기로 보나 음질로 보나 지금의 것과 비교하면 아주 볼품 없었다.하지만 그것은 재산 목록 1호였고 이후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그것은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항상 음악을 듣고 다니다보니 길을 걸으며 듣는 음악은조금 다른 차원에서 분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흔히 팝에도 락이며 발라드며 메틀이..

나의 고교시절 이야기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의 가장 즐거운 추억들은고교 시절에 만들어지는 것 같다.청춘의 순도도, 사고의 발상도 가장 청결하며조그마한 해프닝 하나하나까지가장 인상깊게 기억되는 시절이기도 하다.  한 친구가 있었다.평범하기 그지 없는 학생이었지만 한가지 남과 달랐던 사실은남의 말을 절묘하게 받아치는 탁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물론 그 자신도 그것을 특별한 기술로 생각하지 않았고듣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도한 순간에 웃어 넘기고 말 뿐이었다.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수록 그 기기묘묘한 발상과 순발력은두고두고 가슴 속에서 잔잔한 웃음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          *          *  고교 시절엔 별다른 놀이 거리가 없었다.그저 친한 친구들 몇 놈이 모여서 이런 저런 ..

피서지에서 생긴 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의 일이다.군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해 여름, 친구들 다섯과 함께서울 근교의 강가에 여름 휴가를 즐기러 갔을 때였다.한참이나 굶주린 늑대 같은 남자 6명이 강가에서 분위기를 잡으려니좋은 분위기는커녕살벌과 썰렁이 난무하는 삭막한 분위기만 만들어지고 있었다.모두들 빈틈없는 예리한 눈빛으로 사방팔방을 둘러보았지만늑대 6마리를 만족시켜줄만한 먹이감(?)은 아무데도 발견되지 않았다.텐트촌에 보이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친구들을 동반한 상태였으며가끔씩 여자들 둘셋이 온팀이 있긴 했지만우리나라의 고유 정서상 짝이 맞지 않으면될일도 안된다는 생각에 아예 시도도 안하고 이미 포기하고 있었다.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러한 곳에 여자들 6명만 놀러온다는 것을 기다리느니빨리 장가가서 딸 여섯..

쥬크박스

중학교 1학년때였으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당시는 전자오락실이라는 것이 시내 곳곳에 선을 보이게 되었던 시기였는데마침 광화문 근처에 커다란 오락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하도 주변 친구들이 얘기들을 많이 해서 어느 일요일은 그곳을 찾게 되었다. 친구들과 찾은 그 오락실은 꽤 넓은 공간에처음 보는 신기한 오락기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물론 신기하다고 해야지금의 시각으로보면 조악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지만.대부분의 기계가 전자오락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다분히 기계적이며 또한 수동적 오락기였고그나마 사람도 많았고 요금도 비쌌기 때문에 구경이나 하는 정도였다.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계를 만나게 되었는데,투명한 통에 작은 레코드판이 여러장 들어 있었고동전을 넣은 뒤 원하는 곡을 지정하면 ..

군인과 여가수

얼마전 TV에서 젊은 댄스그룹을 본 적이 있다.여성 싱어가 있는 3인조 혼성 그룹인데 젊은층에 꽤 인기가 많은 그룹이었다.인터뷰중에 여성 싱어가자신이 지금 군대에서 제일 인기있는 여자 연예인이라는말을 들었다며 멋적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얼핏 들으면 별 것도 아닐 것 같은 이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유는내가 평소에 세대차이를 느낄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모습중가장 확연하게 나타나는 차이가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 늘 생각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         *         *  내가 군에 막 입대했을 때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최고의 스타는민해경, 정수라 등이었다.어느덧 지금은 가요무대에나 나올 것 같은 이 가수들도한 때는 섹시함을 맘껏 뽐내며 브라운관을 누빌 때가 있었다..

컴퓨터 게임

컴퓨터게임이라는 단어가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게 된 것은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그전에는 ‘전자오락’이라 하여 오락실이라는 장소를 찾아피 같은 동전을 넣어야비로소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전부였다.  (물론 그전에 ‘오트론’이라는회사에서 나온 TV에 연결하여 하는 탁구같은 게임도 있었지만그 형태가 매우 조악하여 일단 논외로 한다.)그런 오락실에서 주로 할 수 있는 게임은 쏘고 부수는 파괴적인 것이 다수였고또한 도망다니거나 장애물을 통과하여 목적지에 가는 순진발랄형 오락이그와 쌍벽을 이루며 전자오락실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파괴적인 오락으로는 ‘스페이스 인베이더스’가 그 효시로,흑백 모니터 화면 위에 색깔이 들어있는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마치 칼라인양순진한 학생들을 유린했다.또한 그 오락은 총알의 스피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