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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1)

1997년 9월 28일에 있는 ’98월드컵 최종예선 대일본전을 보기 위해일본으로 향했다.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했고 또 그동안 다닌 여행과는 달리가장 확연한 목적으로 가는 여행이기도 했다.붉은 악마 일행은 모두 55명이었는데나는 선발대 4명의 일원으로 다른 일행보다 하루 먼저 동경으로 가게 되었다.하루를 더 머물 수 있음이 행운이라면 행운이랄까?그 덕분에 한국에서의 마지막 미팅을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지면서나는 일생일대의 명대사를 하나 남기게 되었다.  “내일 모레, 동경에서 만나자구!”    1997년 9월 26일(금) 오후 1시 40분, 기내에 올랐다.처음 타보는 JAL이어서 기장의 일본어 인사말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비행기에서는 항상 영어만 들었는데 말이다.어찌된 일인지 일행 4명이 모두 뿔뿔이 흩어..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4-끝)

1998년 3월 30일 (월요일) 아침에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푸켓을 떠난다는 사실이 어쩐지 반갑게 느껴졌다.태양이 강하게 내려쬐는 날이어서 그랬는지 지난 밤에 대한 기억은 강한 햇볕에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방콕에 도착했다.오가는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방콕이 엄청난 교통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어렵잖게 떠오를 수 있었다.이곳에 오니 3륜 툭툭이 보인다. 책에서 보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는데푸켓에서는 한대도 보지 못하다가 방콕에 오니 보이기 시작한다.오토바이를 개조했는지 핸들이 불안정하게 보여져서아마 나는 불안해서 못탈 것만 같다. 이곳의 관광명소라는 왕궁에 도착했다.이곳은 태국의 왕들이 살던 곳으로 방콕의 유명한 관광지며 왕에 대한 경의를중요하게 생각하여 그 관광 절차가 제법 까..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3)

1998년 3월 29일 (일요일) 예전에 007이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해진제임스본드섬이 있는 팡아만에 가는 날이다.하지만 왠지 좋은 경치라고 말하는 것들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일정을 포기하고 푸켓에서 제일 큰 도시라는 푸켓타운으로 나갔다.하지만 일요일이어서 대부분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호객 행위하는 툭툭 운전수들만 자주 만나게 되었다.이곳 푸켓에는 대중 교통수단이라고는 툭툭이라 불리우는 일종의 택시 밖에 없다.물론 어떤 사람들은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또는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니기도 하는데좌측통행이 익숙치 않은 내게는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아 툭툭만 이용했다.이 툭툭이라는 것은 태국을 오기전에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3륜차가 아니라마치 우리나라의 다마스나 타우너 같은 소형 승합차에뒷좌석 부분은 지붕..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2)

1998년 3월 28일 (토요일) 새벽 6시에 눈을 떴다.호텔 부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마치고 나니선착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오늘 일정은 피피섬에 가기로 되어 있다.피피섬은 푸켓 주변에 자리잡은 많은 섬들 중에서그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어 푸켓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빠지지 않고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관광객은 모두 외국인이다.동양인들은 대부분이 중국계 사람들이었고서양인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었다.유럽에서는 이곳 푸켓을 무척이나 선호하는 관광지라고 한다.특히 지형적인 영향으로 유럽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외선이이곳에서는 얼마든지 풍부하게 비춰주고 있으니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배는 약 200명 정도가 ..

1998 태국 - 씁쓸한 미소의 나라 (1)

1998년 3월 27일 (금요일) 3월에 동남아 국가를 방문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매한 일이다.아직 겨울의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몸은 겨울처럼 움직이는데 한순간에 뜨거운 여름을 맞아야 하는갑작스런 기온의 변화에 따르는 신체적인 부적응 때문이다.돌아 올 일도 생각해서 얇은 점퍼를 하나 걸치고 집을 나섰지만그래도 아침 바람은 쌀쌀하기만 하다. 태국은 처음 가는 곳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여서 그곳에 관한 얘기는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많이 알고 있긴 했지만 막상 직접 간다고 생각하니그 많은 얘기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 일견이라 했던가?일행도 많다. 나를 포함한 무려 15명.나이도 내가 제일 많으니 이거야말로 출발부터 부담스러운 여행 아닐까?  오전 10시 50분.김포..

생트집

“여보! 여기서부터 내가 운전할께요”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시내 모 유명백화점에 가던중주차장 입구에서 아내가 말을 건넨다. “아니? 다 왔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글세, 내가 운전하면 여성전용 주차장으로 간단 말예욧!” 하긴 그렇다.그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은 뭐가 그리 복잡한지 멀미를 참아가며한참 동안 뱅글뱅글 돌아 내려가고도또 이상한 기계들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곳이어서여성전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은그 과정의 불편이 한방에 해소되며따라서 이는 화목한 쇼핑의 기본 배경이 될 뿐 아니라아내의 심리상태를 정상적으로 다듬어백화점 직원과의 잔인한 혈투 또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양심이 있게 마련이라 여기까지 운전하고 온 사람은 나이고또한 바로 앞에 주차 안내원의 ..

주차위반

“여보! 주차위반 딱지 끊었는데 어떻게 할까요?”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남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그리고는 대뜸 화가난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 것이다.주차를 잘못했으니 딱지를 끊었지그렇지 않은데 설마 딱지를 끊었겠냐고 반문하니아내는 그게 아니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녁 8시에 주자위반 단속을 하면주차장없는 사람은 어디다 차를 세우란 말이에요!!!!” 아내의 말에 의하면 그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유난히 그날만늦은 시간에 주차위반 단속을 했다며 아직 분이 덜 풀린 목소리로따져야 할 당사자도 아닌 내게 따지고 있는 것이었다.그러더니 본래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는 말투로 내게 묻는다. “파출소에서 단속했던데, 가서 따질까요?”  남들이 이 대화를 들으면 그저 답답..

“아! 이게 바로 그 책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꿈에나 그려볼 만한 나만의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다.책이 처음으로 나오는 날 출판사 앞까지 찾아온 일부 애독자들에게 기분낸다며제법 비싼 책을 공짜로 펑펑 나누어 주면서도내가 가지고 들어갈 아내의 몫인 책 한권은 꼭 잊지 않고 있었다.제목도 니글의 주인공이자 당사자인 아내로서는두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방바닥을 치고 통곡을 하며감동해야 할 상황이었는데도아내는 아는척 한번 하고는 나중에 보겠다며 책을 덮는다.기가 막힐 일이다.  가끔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아내 얘기를 하면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다.물론 그 안믿어주는 상황는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가끔씩 일어나는 일이긴 했지만그래도 사실을 사실대로 믿어주지 않음이 몹시도 답답..

새마을금고 여직원 사건

“여보, 호신술 몇 개 대충 가르쳐줘요~”  호신술?갑작스러운 아내의 질문에 정신이 몹시도 혼미해졌다.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는 호신술이라 함은 연약한 여자가 힘의 우위로 인해남자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최소한의 자기방어를 위해 하는 일종의 무술 아닌가?하지만 그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남녀간 힘의 우열에서나 정상적으로 통하는 대화지,지금 아내가 하는 말은 상황을 억지로 적용시켜도 적당한 표현이라 할 수는 없었다. “아니? 당신이 무슨 호신술이 필요하다 그래?” 점잖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정말 호신술을 배울 사람은 바로 나다. 나!’  * * *  무슨 이유인가 들어보니 얼마전에 있었던,새마을금고에 들어온 강도를 여직원들이 맞장 떠서 쫓아냈다는 바로 그 사건에아내는 몹시도 흥분해 있는..

후연이의 장난감

“여보 이것 좀 열어줘요!”   잠에서 아직 30% 정도는 깨어나지 않았는데 아내는 뭐가 그리 급한지이일 저일 부산스럽게 움직인다.아내가 열어 달라고 가져온 것은 둥그런 모양의 병으로,꿀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꿀병이란 것은 병 뚜껑의 직경이 일반 병들에 비해 몹시 크므로보통의 병을 열 때 주는 힘보다 훨씬 많은 힘이 필요한 데다흘러나온 꿀의 접착력 때문에 꿀병의 뚜껑이 병에 붙어 있어서이것을 돌려서 여는 데는 많은 힘을 필요로 했다.더욱이 잠에서 아직 30%나 덜 깨었으니 손에 힘은 들어가지 않고심한 수전증 환자처럼 떨리기만 했다.초등학생 시절 아침에 잠에서 깨어서야 비로소 숙제를 하지 않은 사실이 생각나연필을 잡고 글을 쓰려면 손이 달달달 떨려서 글을 못 쓰는 바람에어머니가 숙제를 대신 해주신 기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