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농구와 배구, 그리고 축구와 야구

아하누가 2024. 7. 8. 01:03


타종목을 등장시켜 축구 얘기를 꺼내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원치 않는 일이지만 

뭔가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되어 부득이 칼럼을 쓴다.

제목의 4종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구기종목이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농구와 배구의 인기는 비슷했다. 

당시 배구선수들도 아이돌 스타가 많았고, 

백구의 대제전이라 이름붙은 배구대회도 TV 중계로 빠짐없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대충 분위기만 훑어봐도 금방 느끼겠지만 농구의 완승이다.

배구는 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긴 이유에는 너무도많은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몇가지 특이한 점들이 발견된다. 

 

첫째는 시간제한 경기인지 아닌지의 여부다. 

 

농구는 시간제한 경기다. 

따라서 방송중계에 적합하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점은 대수롭지 않은 것 같아도 경기장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 

특히 각박한 시간적 공간을 분할하여 사용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요소다. 

 

두번째는 공간안에서의 플레이냐 아니면 주변까지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이것은 전용구장과 직결되며 관중과 선수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배구의 인기가 하락하게 된데는 이러한 경기방식의 핸디캡도 큰 원인이 된다. 

예전엔 배구와 농구가 실내스포츠라는 이유로 같은 경기장을 쓴 적도 있었다. 

그러나 배구와 농구 경기장은 엄연히 다르다. 

정해진 라인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와 

라인 밖을 활용하는 경기가 같은 경기장을 공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면에서 농구는 적잖은 손해를 본 셈이다.

농구 선수가 라인에서 공을 처리하고 탄력을 못이겨 관중석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한가지의 해프닝이 아니라 관중과 가깝게 호흡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배구는 더 좁힐 수가 없다.

 

세번째는 규칙의 단순함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이에게 배구와 농구를 동시에 보여주면 어떤 경기를 쉽게 이해할까. 

당연히 농구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복잡한 규칙도 나오지만 

농구는 단지 그물 달린 림안으로 공을 넣으면 점수가 된다. 

그러한 단순함은 경기를 관전하고 종목과 친해지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네번째는 쉽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시간적, 공간적 편리함이다.

 

농구는 공과 골대만 있으면 두명이든 세명이든 나름대로의 방식을 만들며 즐긴다. 

길거리 농구가 대표적이며 가끔 드라마에서 나오듯 

두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일대일 대결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배구는 정말 하기 힘든 경기다. 

일단 네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설치하기엔 적잖은 공간이 필수적이다. 

또한 적당한 인원이 있어야 하고, 

더욱 중요한 건 심판없이 진행하기 불가능한 종목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현재 배구가농구에 비해 인기가 점점줄어드는 요소임이 확실할 것이다. 

다시 한번 위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배구의 인기가 농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이유.

 

1. 시간제한 경기가 아닌 점

2. 경기 공간 문제로 인해 관중과 가깝게 갈 수 없는 점.

3. 규칙의 복잡함으로 초보자의 이해가 어려운 점.

4.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없다는 점.

 

일단 이 네가지다. 

이 네가지 비교를 훑어보니 현재 한국 스포츠를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축구와 야구의 문제가 보인다. 

위 네가지는 축구와 야구에 대입시켜도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 

너무나 유사한 이 과정과 형태가 단지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 * *

 

최근 뉴스를 보니 올림픽에 야구 종목이 퇴출되었다. 

예상은 했다지만 막상 이런 결정이 나고보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상당히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의 퇴출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상상 이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온다. 

세계적으로 야구를 전파하려면 일단 경기장부터 갖춰야 한다. 

경기장을 갖추면 하는 사람이 생겨나니까. 

그런데 그 커다랗고 비싼 경기장을 아무렇게나 지을 수는 없다. 

그 명분이 바로 올림픽 유치로 인한 시설물 건축과 

또는 이에 대비한 훈련장 건설, 그리고 활성화를 위한 경기장 건설이다. 

이 명분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거기에 우리의 경우 병역 혜택과 국가대항전이라는 볼거리도 없어졌으니 

점점 야구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메이저리그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있으니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현재 야구장을 찾는 사람은 30년전 고교야구의 추억을 잊지 많고 있는 40~50대와, 

어린 시절 프로야구단 어린이 회원 경험이 있는 30대 초반이다. 

이 이후 출생자들에게 더 이상 야구에 관한 추억과 매리트는 없다. 

반면 축구는 2002년 월드컵이 가져다 준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많은 어린 아이들은 월드컵을 통한 축구의 열기가 각인되어있으며 

여기에 내셔널리즘이 가미되어 저절로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아마 이대로 나간다면 앞으로 10년뒤의 야구와 축구의 위상은 

농구와 배구의 경우처럼 상당히 달라져있을 것이다. 

 

타종목의 하락을 빗대어 좋아하는 종목을 격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사람마다 좋아하는 종목이 있게 마련이니 그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축구와 야구는 같은 재목을 활용하고 

같은 크기의 운동장에서 경기하며, 특히 가장 큰 문제인 같은 시즌을 이용한다. 

이것이 불행히도 이 땅에서 축구와 야구가 공존하기 힘든 이유다.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다. 

다만 그것이 공정한 행정과 세계의 흐름을 탈 줄 아는 마케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축구계에서는 너무나좋은 호기다. 

야구를 무너트려 그 팬들을 흡수하자는 호기가 아니라, 

축구가 국민스포츠로 정착하고 

건전한 여가 생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말하는 것이다. 

대세는 이렇게 돌아가지만 

축구팬들은 이러한 대세에 힘입어 타종목을 비하하는 언행은 삼가하는 편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축구가 한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다.

갑자기 축구 협회는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그들은 과연 이러한 대세를 탈 준비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