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영국, 올림픽, 그리고 축구의 삼각관계

아하누가 2024. 7. 8. 01:01


2012년 하계올림픽 도시로 런던이 최종 결정되었다. 

뉴스에서는 영국 런던의 올림픽 유치성공 소식이 메인으로 다뤄졌고 

유치 성공에 환호하는 조직위원들이 화면에 비춰졌다. 

그 화면중에 낯익은 얼굴이 있어 다시 보니 

그 유명한 잉글랜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다. 

갑자기 베컴을 보니 영국과 올림픽, 그리고 축구라는 복잡한 삼각관계가 생각난다.

 

영국은 4개의 연방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가 

각자 개별 자격으로 FIFA에 가입, 독립된 자격으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 

다른 나라도 연방국이 많은데 왜 영국만 이런 특혜를 누릴까. 

1930년 제1회 월드컵이 열릴 시점에 

영국은 축구의 종주국이라고 자존심을 부리며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영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모여 월드컵을 시작했고 이에 영국은, 한마디로 삐쳤다. 

많은 국가들이 삐친 영국을 달래는 조건으로 

4개 연방의 협회의 독립성을 각기 인정했고 영국은 못이기는 척하며 월드컵에 참여했다. 

이로써 영국의 4개 연방이 독립적으로 월드컵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월드컵과 다른 올림픽은? 

올림픽은 IOC 가입국가로 참가국을 결정한다. 

FIFA가 국가보다는 민족 개념인데 반해 IOC는 국가 중심이다. 

따라서 올림픽에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 등이 참여할 수 없다. 

오직 UK(그레이트 브리튼)로 참여한다. 

축구팀은 각 연방에서 선발하여 선수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많은 문제로 인해 결국 영국(UK)는 축구를 포기, 

올림픽에서 영국 축구를 볼 수 없다. 

물론 FIFA 설립 이전인 1900년 올림픽 축구에는 참여한 적이 있으나 

FIFA가 설립된 1904년 이후에는 올림픽에 축구 종목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서 축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심화된 지역 갈등이다. 

특히 스코틀랜드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단일 팀 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다른 지역도 자존심 문제로 쉽게 합의하려 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올림픽을 계기로 4개 연방 단일팀이 나가면 

월드컵도 그러한 방식으로 적용될까봐 애써 단일팀 구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에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영국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영국내의 심화된 지역주의와 갈등은 우리의 개념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정도다. 

이런 이유로 팬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라이언 긱스(웨일즈)나 

전설적인 축구 천재 조지 베스트(북아일랜드)를 월드컵에서 보기 힘든 것이다. 

 

 * * *

 

이제 2012년 런던에서는 올림픽이 열린다. 

축구 종가 영국이 실로 64년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지구촌 축제, 그중에서도 축구 종목에 어떤 방침을 내릴 지 궁금해진다. 

이번에는 혹시라도 뭔가 변화가 있다면 상당한 화제가 되겠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영국과 축구, 그리고 올림픽이 얽혀진 이 복잡한 관계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일 것이다. 

어쩌면 축구로 인해 지역갈등이 더 심화될 지 모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축구가 서로 다른 민족이 자존심과 전통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돌파구가 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축구의 지역연고 의식이 약하긴 하지만 

축구로 인해 지역주의의 벽이 낮아지고 있다. 최소한 국가대항전에서 지역주의란 없다. 

한쪽에서는 지역주의를 유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역주의를 없애준다니 

다소 아이러니컬하지만 우리나라와 영국의 지역주의는 그 차원 자체가 다르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도 축구는 사람을 엮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중이다.

 

그러니 축구를 섣불리 다른 스포츠와 비교하지 말자. 

어쩌면 축구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