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인저리타임

대형 스트라이커

아하누가 2024. 7. 8. 01:04



아마추어 축구팀에서도 스트라이커 자리는 모든 영욕을 함께 하는 자리다. 

하물며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자리는 온국민의 기대를 담고 있어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원망을 한번에 짊어져야 하는자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스트라이커는 몇가지 필수조건을 갖춰야 했다. 

건장한 체격을 비롯한 하드웨어와 

득점 감각 및 슈팅력, 그리고 재공권 장악력 등 

스트라이커로서의 기본적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로 인해 많은 팀들은 대형 스트라이커를 선호했고 

이러한 대형 스트라이커는 한국 축구의 색깔을 나타내는 중요한 꼭지점이 되었다. 

황선홍이 그러했고 이후 최용수, 김도훈, 이동국, 조재진, 정조국도 

같은 부류의 스트라이커들이다. 

이러한 스트라이커 계보는 최순호 선수의 등장으로 시발이 되었다고 하나 

조금 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건국대-할렐루야 출신의 

오석재 선수가 그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대형 스트라이커는 선이 굵고 호쾌함을 좋아하는 

한국 국민들의 성향과 맞아 떨어져 한국 축구의 상징처럼 인식되어졌다. 

 

* * *

 

2002년 월드컵 이후 부동의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던 이동국 선수가 

프로경기중 불의의 부상으로 

월드컵을 불과 두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 하차했다. 

때마침 최고의 컨디션을 달리던 선수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다. 

특히 이동국 선수는 2002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고 

이어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러 

월드컵을 통해 이미 군면제를 받은 대표팀 동료와 달리  2년여간 군복무를 마쳐야 했다. 

이러한 시련을 마침으로 이제 영웅으로 거쳐야 할 마지막 단계마저 넘어서는 듯 했으나 

또 다시 찾아온 불의의 부상으로 4년 뒤를 바라봐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수술 결과가 좋아 이동국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제 이동국이 없는 대표팀의 운용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그동안 모든 훈련과 평가전에서 

이동국 선수를 중심으로 한 훈련을 했다는 점이 지금에 와서 못내 껄끄럽다. 

한국팀의 전술이 일부 축구강국과는 달리 시스템 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탄력있게 변화되는 전술이다 보니 

그동안 손발을 맞춰온 전술에 다소 변화가 생겨야 하는 점이 불안한 대목이다. 

 

우선은 2002년 월드컵에서 스트라이커로 맹활약을 한 안정환 선수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동국 선수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스트라이커다. 

따라서 국가대표팀 전술변화에 상당한 영향이 있으므로 

안정환은 지난 월드컵 처럼 후반 교체요원으로 더 적당할 듯싶다. 

특히 최근의 체력적인 문제나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경기감각의 부재 또한 주전 스트라이커의 중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그나마 이동국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고 비슷한 하드웨어를 가진 

조재진의 기용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왼쪽 공격수인 설기현 또는 박주영의 중앙 진출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설기현은 현재 컨디션도 좋지 않을뿐더러 

중앙 보다는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었음이 이미 검증된 상태다. 

또한 많은 팬들이 원하고 있는 박주영의 중앙 이동도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미 부적합하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판단인 것 같다. 

따라서 조재진의 기용이 현 상황에서는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스트라이커의 돌발 변수는 8년전인 프랑스월드컵을 앞둔 시점과 상당히 흡사하다. 

당시 대표팀 스트라이커인 황선홍이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고 

김도훈, 최용수가 출전했으나 두 선수를 두고 코칭스태프도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황성홍 선수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기대와 우려의 양극화된 상황이었다는 점도 

현재의 상황과 상당히 비슷했다. 

결국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스트라이커의 기용을 두고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경기에 임박해서야 주전을 결정했다. 

그것도 김도훈과 최용수의 불안정한 교체기용이었다. 

결과적이지만 프랑스월드컵 대회에서 1무 2패로 예선탈락했으며 

얻은 득점은 3경기에 2골, 그것도 스트라이커에 의한 득점은 단 한점도 없었다. 

이 대회에서 이러한 스트라이커 문제에 한줄기 빛을 보여준 신인이 

당시 19세인 이동국이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이제 월드컵은 목전에 다가왔고 출전선수 명단 제출은 불과 한달도 남지 않았다. 

이동국이라는 카드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지금 

협회와 코칭스태프는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경험을 8년전에 이미 겪었으니 뭐가 중요한 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험이란 이처럼 소중한 재산이 되는 것이다. 

가장 뛰어난 선수를 가장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축구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요소임이 당연하지만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본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1개월 남짓한 기간은 한국축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출전 선수들간의 조직력과 희생정신, 

경기력을 최고조로 높이기 위한 협회의 행정력,

불의의 변수가 생겼지만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코칭스태프의 소신만이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월드컵의 선전을 기대하며 더불어 이동국 선수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