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한 근래에 들어
연예인이나 아나운석급으로 급상승한 인기 방송 직종이 있다. 기상캐스터다.
일기예보 등 기상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어떤 화제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을 지는 모르나,
젊고 예쁜 여자가 생기있고 발랄한 모습으로 내일 날씨를 알려주니
나름대로 적잖은 화제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연예인이 된 사람도 있고
때론 연예인이 되는 또 다른 입문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
기상캐스터란 단순히 날씨정보만 알려주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좋은 환경인 듯하다.
도대체 이런 기상캐스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생각하다
문득 아주 어렸을 때 뉴스 끝부분에 흥미롭게 지켜본 한 아저씨가 생각났다.
김동완-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동명이인의 어느 아이돌 그룹 멤버가 크게 등장하고
정작 찾으려고 하는 주인공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나이가 30을 넘겼다면 어렴풋이 기억날 것이고
40대에 들어섰다면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날 것이다.
잘못이라도 하면 무섭게 꾸짖을 것 같은 매우 근엄한 얼굴에,
약간 경상도 사투리가 담겨진 채 막힘없이 술술 풀어나오는 아니운스 멘트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기상변화도를 설명하는 장면이었는데,
요즘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요연하게 처리된 화면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도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는
도화지 한장을 달랑 들고 나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원추형으로 생기고 길이가 짧은 매직 하나를 손에 쥐고 나와
기상정보를 말하는 동시에 직접 고기압과 저기압
그리고 기압골이 형성되는 곡선을 직접 그렸다.
이 장면을 보지 못한 20대 이하의 젊은 이라면 얼핏 이해가 안가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설명하면서 대충 그리는 그림도 그 곡선이 상당히 보기 좋았고
글씨도 꽤 잘 썼다.
1970년대말에서 1980년대말까지
TBC와 MBC에서 기상예보를 했던 김통보관은 당시 화제의 인물이었다.
독특한 인상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날씨를 예보하는 직업적 특징이
다른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이후 간혹 아침 방송에 출연하여 방송 뒤에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적잖은 유명세를 누리며 인기인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지녀왔다.
김 통보관이 집을 나설 때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못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우산을 가지러 집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나.
날씨에 자신의 행동 하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일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는 세월이 점점 흘러 기상캐스터의 상징인 김동완 통보관은
점점 TV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는 다른 젊은 기상캐스터로 바뀌었으며
매직으로 직접 그리며 설명하던 도화지는 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단장했다.
날씨만큼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며 이러한 변화가 남겨준 또 하나의 추억이다.
* * *
날씨의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농경사회를 유지해온 민족의 특성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기상을 예측한다는 것은
현대 산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매년 빠짐없이 일어나는
홍수, 가뭄. 태풍등의 천재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말이다.
따라서 매우 오래전 부터 기상을 관측하고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요즘 인기있는 TV사극에서도
세종대왕이 일기예측에 실패한 관리를 호통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이전에도 그런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동완 통보관 시절에 비하면 현대과학이 놀랍도록 발전한 요즘에도
일기예보의 어긋남은 그 당시나 큰 차이가 없다.
수십억원이 넘을 것 같은 기상예측 시스템이 있어도
바로 다음날 예보가 틀리는 경우도 많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만약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도
김동완 통보관 시절과 비슷한 오차가 나온다면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 이유를 대충 예상해보니
기초과학의 부족으로 인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워낙 자연이라는 것의 변화는 사람들이 예측하기에
너무나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기상관측을 위한 시설은 단순히 수퍼컴퓨터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인공위성급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시스템의 한계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인간의 힘으로는 벅찬 일이라면
일기예보 안맞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겠다.
하지만 이런 자연의 변화, 그리고 일기예보의 오측이
최근 벌어진 산업의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의 훼손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조금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의 변화를 예측하는 일이 힘들다면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무차별, 무계획한 개발로 인해 지키지 못한 자연은 더 큰 피해를 불러올 것이다.
일기예보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마찬가지다.
김동완 통보관을 다시 모시고 기상예보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연을 지키고 인간을 보호하는 일이다.
자연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상관측시스템이 등장해도
결코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 근거없는 막연한 생각이지만
아무런 근거없이 생기는 확신 또한 거부할 수 없다.
김동완 통보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하누가
아직 건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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