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10여년전, 러시아(당시 소련)란 나라가 신문에
주요 테마로 장식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주인공은 당시 소련의 대통령인 고르바초프로 ‘페레스트러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라는 말을 앞세워 미소 냉전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대통령을 퇴임하고 고희를 넘기고도
환경문제와 국제적 현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런 고르바초프가 2001년 10월 19일 우리나라를 방문,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은 주로 국제질서와 환경문제였지만
그 내용은 생략하고 신문을 통해 보도된
강의의 뒷얘기를 고르바초프의 유머 감각에 촛점을 맞추어 다시 분석해본다.
* * *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는 시간, 한 학생이 질문했다.
“소련(러시아)에서 공산주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길고 장황한 질문을 할 수 없는 초청 강의의 특수한 상황으로 볼 때
이 학생의 질문은 매우 함축적이면서 또한 포괄적이다.
핵심을 간결하게 묻고 그 답변에 대한 묘한 뉘앙스를 감지하여 해석하려는
무척 센스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있어 이런 질문은 몹시 난처한 법,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 감각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뿐이다.
그럼 어디 고르바초프의 유머 감각을 볼까?
학생의 질문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의 뛰어난 유머 감각이면 훌륭한 답변이 된 듯하다.
질문한 학생과 답변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도를 통한 도사들이나 오가는
묘한 선문답의 뉘앙스를 느꼈을 터이고 이를 지켜보던 많은 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곤란한 상황을 유머로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명쾌한 일이고 지켜 보는 사람들마저 즐겁게 한다.
그럼 다음 사례를 볼까?
강의에 앞서 인촌기념관에 도착한 고르바초프는
초청을 주관한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환담중이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무거운 얘기가 오갔을 리는 없고
그저 가벼운 얘기들이 오갔을 것은 당연하다.
강의를 주최한 신문사 사장이 ‘고려대 로고가 호랑이인데 한국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 비슷하다’며 화두를 꺼냈다.
화제를 꺼낸 것은 좋으나
가끔 답답하게 화제를 꺼내는 사람을 볼 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경우다.
화두를 꺼내고 화제를 돌릴 때는 상대가 적절한 대답을 하거나
적절한 호응을 할 수 있도록 화제를 꺼내야지
대답하기 머쓱하고 또한 딱히 대답할 말도 없는 화두를 꺼내면
이야말로 난감한 일이다.
고려대 로고가 호랑이라는 건 좋은데
갑자기 시베리아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가 비슷하다고 하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하라는 것인가.
그런 뜬금없는 질문에도 고르바초프는 특유의 입담으로 받아 넘긴다.
뭐라고 받아 넘겼는지 한번 보자.
“(시베리아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아는데
시베리아 호랑이가 없어져도 이곳에 호랑이가 있으니 걱정없다”
오랜 경험의 정치가답게 상대가 원하는 말, 상대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상황에 응용시킨 답변은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답변으로는 최상의 답변이다.
우문현답이라고나 할까.
특히 그가 관심있는 분야가 환경문제라니 한마디의 농을 하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모두 전달한 셈이다.
이는 그냥 순간적인 감각으로 나온 것만은 아닌 것 같고
오랜 정치와 수많은 강의를 통해
몸에 익혀진, 그러나 다분히 정치적인 냄새가 짙은 유머 감각인 것 같다.
* * *
우리도 임기를 마친 우리 대통령들이 많이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이 어떠했든 나름대로 남보다 뛰어난 사람들일테고
남보다 훌륭한 경험들을 했을텐데
그 좋은 경험들을 가지고 퇴임후에도 활용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대통령을 마치면 고작 구치소에 가거나 집안에 앉아 나라에서 주는 돈 받으며
국민들의 의욕이 떨어지는 소리나 하고 있지 않은가.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도 있고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과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도 있다. 남은 정렬을 최고 수준의 민간 외교와 집필,
그리고 사회 봉사에 쏟고 있는 ‘전직’들이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원래의 직업으로 돌아가거나 또는
국제와 환경 등 일선 정치보다는 조금 뒷전으로 물러난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지
눈앞이 깜깜하다.
이런 판국에 지도자들의 멋진 유머를 기대하는 우리 국민들도 불쌍하다.
아하누가
지금부터 약 10여년전, 러시아(당시 소련)란 나라가 신문에
주요 테마로 장식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주인공은 당시 소련의 대통령인 고르바초프로 ‘페레스트러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라는 말을 앞세워 미소 냉전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대통령을 퇴임하고 고희를 넘기고도
환경문제와 국제적 현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런 고르바초프가 2001년 10월 19일 우리나라를 방문,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은 주로 국제질서와 환경문제였지만
그 내용은 생략하고 신문을 통해 보도된
강의의 뒷얘기를 고르바초프의 유머 감각에 촛점을 맞추어 다시 분석해본다.
* * *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는 시간, 한 학생이 질문했다.
“소련(러시아)에서 공산주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길고 장황한 질문을 할 수 없는 초청 강의의 특수한 상황으로 볼 때
이 학생의 질문은 매우 함축적이면서 또한 포괄적이다.
핵심을 간결하게 묻고 그 답변에 대한 묘한 뉘앙스를 감지하여 해석하려는
무척 센스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있어 이런 질문은 몹시 난처한 법,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 감각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뿐이다.
그럼 어디 고르바초프의 유머 감각을 볼까?
학생의 질문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의 뛰어난 유머 감각이면 훌륭한 답변이 된 듯하다.
질문한 학생과 답변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도를 통한 도사들이나 오가는
묘한 선문답의 뉘앙스를 느꼈을 터이고 이를 지켜보던 많은 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곤란한 상황을 유머로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명쾌한 일이고 지켜 보는 사람들마저 즐겁게 한다.
그럼 다음 사례를 볼까?
강의에 앞서 인촌기념관에 도착한 고르바초프는
초청을 주관한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환담중이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무거운 얘기가 오갔을 리는 없고
그저 가벼운 얘기들이 오갔을 것은 당연하다.
강의를 주최한 신문사 사장이 ‘고려대 로고가 호랑이인데 한국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 비슷하다’며 화두를 꺼냈다.
화제를 꺼낸 것은 좋으나
가끔 답답하게 화제를 꺼내는 사람을 볼 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경우다.
화두를 꺼내고 화제를 돌릴 때는 상대가 적절한 대답을 하거나
적절한 호응을 할 수 있도록 화제를 꺼내야지
대답하기 머쓱하고 또한 딱히 대답할 말도 없는 화두를 꺼내면
이야말로 난감한 일이다.
고려대 로고가 호랑이라는 건 좋은데
갑자기 시베리아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가 비슷하다고 하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하라는 것인가.
그런 뜬금없는 질문에도 고르바초프는 특유의 입담으로 받아 넘긴다.
뭐라고 받아 넘겼는지 한번 보자.
“(시베리아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아는데
시베리아 호랑이가 없어져도 이곳에 호랑이가 있으니 걱정없다”
오랜 경험의 정치가답게 상대가 원하는 말, 상대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상황에 응용시킨 답변은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답변으로는 최상의 답변이다.
우문현답이라고나 할까.
특히 그가 관심있는 분야가 환경문제라니 한마디의 농을 하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모두 전달한 셈이다.
이는 그냥 순간적인 감각으로 나온 것만은 아닌 것 같고
오랜 정치와 수많은 강의를 통해
몸에 익혀진, 그러나 다분히 정치적인 냄새가 짙은 유머 감각인 것 같다.
* * *
우리도 임기를 마친 우리 대통령들이 많이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이 어떠했든 나름대로 남보다 뛰어난 사람들일테고
남보다 훌륭한 경험들을 했을텐데
그 좋은 경험들을 가지고 퇴임후에도 활용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대통령을 마치면 고작 구치소에 가거나 집안에 앉아 나라에서 주는 돈 받으며
국민들의 의욕이 떨어지는 소리나 하고 있지 않은가.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도 있고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과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도 있다. 남은 정렬을 최고 수준의 민간 외교와 집필,
그리고 사회 봉사에 쏟고 있는 ‘전직’들이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원래의 직업으로 돌아가거나 또는
국제와 환경 등 일선 정치보다는 조금 뒷전으로 물러난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지
눈앞이 깜깜하다.
이런 판국에 지도자들의 멋진 유머를 기대하는 우리 국민들도 불쌍하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