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퀴즈들이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어느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내용도 제법 유익하고 재미마저 있어
다른 사람에게 권해도 될만한 사이트다.
그 사이트에서는 사용자들이 서로 궁금증을 묻고 답하기도 하고 (그것이 나중에
책으로 나와 제법 많이 팔렸다.) 그 외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던 여러 가지 상식들이
빼곡이 쌓여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사람들도 매일 그 사이트에 간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는 이유는 그런 풍부한 데이터 베이스 때문이 아니요 또한
지식으로의 강렬한 욕망 때문도 아니다.
단지 매일 3문제씩 나오는 퀴즈를 풀기 위해 아침이면 접속한다.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고 매일 매일 성적에 따라 지식점수가 올라가고
그것이 성적표처럼 나오니 하루하루 올라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런 일정을 아침이면 반복하는데 자주 하다 보니 그것도 요령이 생긴다.
그 요령이라는 게 퀴즈를 푸는 요령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것은 아니고
누군가 앞사람이 퀴즈를 풀 때 눈여겨보고 있다가 정답을 미리 알게 되거나
또는 오답임을 확인하고 나서 얼른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하면
퀴즈를 맞추는, 점수를 높이는 데 매우 유리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고부터는 서로 먼저 퀴즈를 푸는 일에 상당한 눈치들이 오갔으며
인내력 약한 어느 사람이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면
동네방네 소문내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했다.
그 뒤로 그 사악한 놀이가 재미있어 언제라도 한사람이 접속하면
뒤에 와서 답을 확인하곤 했으며 이미 남몰래 그 사이트에서 문제를 풀은 경우에는
뒷사람이 하면 절대로 정답을 안 가르쳐 주는 묘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그 얘기만 나오면 즐거워하기도 했다.
* * *
모두들 남이 없는 곳에서 하는지 며칠간 그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더니
오늘 오후에 한 사람이 그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게 웬 떡이냐며 얼른 뒤에서 지켜봤고, 퀴즈를 풀던 사람이
3문제의 정답을 확인하기 무섭게 얼른 내 자리로 돌아가 내 아이디로 접속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냐만 그래도 서로 재미있자고 하는 일이니
나보다 한발 앞서 문제와 답을 알려준 동료가 고맙기만 했다.
그 사람은 아마 성공할 것이다.
남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알고 내 한 몸 희생할 줄 아는 살신성인의 귀감이다.
그런 사람들은 가정도 화목할 것이고 부부싸움도 안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나중에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그룹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난 예전부터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무척 좋아했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사이트에 접속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른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에 퀴즈를 푼 그 동료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 사이트에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아까 그 동료가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사람은 성공하긴 틀린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은 참 험악하다.
아하누가
'샐러리맨의 낮은 아름답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타기 (0) | 2024.07.08 |
---|---|
내가 대통령이면 너 문화부장관 할래? (0) | 2024.07.08 |
여자 이름, 남자 이름 (0) | 2024.07.08 |
컴맹, 넷맹 그리고 폰맹 (0) | 2024.07.08 |
닭대가리 (0)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