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까지 일하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옆자리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지금 대통령쯤 되었으면 자네 편한 자리에 앉혀줄텐데. 미안하네...."
상황의 앞뒤 정황으로 볼 때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야 하는 분위기는 조금도 없었지만
일에 지쳤는지 아니면 자주 겪는 나의 엉뚱함에 단련이 되었는지
듣는 동료도 별로 당황하는 표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엉뚱한 얘기가 의외로 잘 통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뭐 하고 싶어? 문화관광부 장관쯤 어때?"
"그거 좋지요"
점점 더 기분이 좋아져 다른 한편에 있던 동료에게도 같은 말을 건넸다.
그런데 그 사람은 한술 더 뜬다.
"장관이나 그런 거 말고 좀 쉬운 거 없어요? 음... 관변단체장이라던가......
왜 낙하산 있자나요."
그리고는 잠시 혼자 생각에 젖더니 스스로 답을 찾는다.
"마사회장 정도가 좋겠네요. 그거 어때요?"
"그래? 그 정도면 괜찮겠어?"
아무렴 어떠냐. 내가 정말 시켜줄 것도 아니고 시켜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KBS 사장은 어떠냐 물으니 그것도 좋단다. 그래서 잘 생각해서 택일하라고 했다.
* * *
가정이 있고 아직 사회적으로 일을 한참 해야 하는 나이인 3, 40대는
언제나 같은 꿈을 한가지씩 꾼다. 돈이 아주 많아서 놀고 먹는 꿈이다.
나는 그런 앙증맞고 파렴치한 상상이 인격적으로 덜 성숙된 내게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뻔한 거짓말이요 근거도 없으며 또한 실현 가능성이라고는 0.0001%도 안되는 제안에
기분들이 좋아진 걸 보면 말이다.
가끔 나는 세상을 함께 사는 주변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느끼곤 한다.
지금의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은 데서 행복을 찾자니 왠지 마음이 편치 않고
큰데서 행복을 찾자니 그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라 골치만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마치는 마지막 감상 : 신용카드 결제일의 기분은 언제나 이렇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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