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다름없이 늦은 밤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그전에 사다둔 커피믹스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마무리 하지 않고
나온 것과 다름없이 생각하는 취향을 기자고 있다.
하지만 그 점은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 또한 대부분 비슷한 기호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커피믹스는 내게 많은 갈등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이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혹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밥을 먹고 천천히 커피믹스를 차지하기엔
많은 변수가 있으리라 판단되어 밥을 먹다 말고
얼른 커피믹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하나 남은 믹스를 재빠르게 집어 왔다.
무슨 일인지 밥을 먹다 말고 황급히 행동하는 내 모습을 보고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나의 행동을 확인하고는 내게 물었다.
"그거 뭐 하려구?"
딱히 대답할 말도 없고 다들 알아서 생각하려고 비겁한 웃음으로 때우려는데
한 동료가 턱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고개를 돌려보니 책상 위에 새로 사온 - 포장도 뜯지 않은 - 커피믹스 한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세상의 모든 쪽팔림이 한순간에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게 뭐 할 거냐고 물었던 그 여운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순간적인 일이라
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응, 이거?"
“......?”
그날 난 세계에서 최초로 커피믹스를 밥에 비벼 먹은 사람이 되었다.
아하누가
'샐러리맨의 낮은 아름답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홉개의 피자 쿠폰 (0) | 2024.07.08 |
---|---|
부시와 김03 (0) | 2024.07.08 |
퀴즈 프로그램 (0) | 2024.07.08 |
네가 나니? 내가 너니? (0) | 2024.07.08 |
시계 (0)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