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즈음 텔레비전을 그나마 <퀴즈가 좋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일 잘 보는 것 같고 또 그 프로그램이 제일 괜찮은 프로그램 같다.
일반인이 출연해 지식을 겨룬다는 것이 그렇고, 생방송이라는 생생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알듯모를 긴장감을 주니 그 또한 그렇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임성훈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의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졌다고나 할까?
그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또 하나의 개인적인 이유는
그 시간이 그나마 집에 얌전히 잘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라는 이유도 있다.
아무튼 그 방송은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즐겨보는 듯하다.
얼마전엔 자주 나가는 모임의 한 사람이 출연하는 바람에 모두들 한군데에 모여
비상대기하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찬스'를 이용하여 모르는 문제는
아는 사람에게 30초간 전화를 하는 부분이 있어 그 순간에 대비하기 위해
모여있었던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나라는 사람은 그런 순간에도
잔머리는 핑핑 돌아가 거기 모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 최소한 내게는 - 를
제기하고 방법을 찾자고 권했다.
"만약에 말이야, 우리도 모르는 문제인데 우리에게 전화한다면
그때 전화 받을 사람부터 정하자!"
아, 이 뛰어난 잔머리. 세상의 일이 잔머리와 약삭빠름으로 인생의 성패가 좌우된다면
나는 이미 한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닌가?
그때가 되면 나보다 뛰어난 잔머리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나?
언젠가 그 프로그램에 대해 사무실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그중에 제일 지적이라는 한 사람을 찍어 방송에 내보내려 했지만
유난히 숫기가 없는 그 사람이 전혀 출연 의지를 보이지 않아
그 이야기는 흐지부지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아깝다. 나의 잔머리를 또 발휘할 수 있었는데.
* * * *
저녁때쯤 사무실에서 뉴스나 보려고 문득 TV를 틀었는데
퀴즈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그러자 동료 한사람이 그때의 이야기가 기억났는지
자리에 앉아 일하는 윤차장 - 우리가 퀴즈가 좋다에 출연시키기로
일방적으로 합의한 대상자 - 에게 투덜거리듯 말한다.
"에이, 윤차장 저기 한번 나가라니까....."
그러자 윤차장은 눈이 커다랗게 바뀌며 대답한다.
"저기 나가라는 거였어?"
남들은 깔깔 웃고 나도 웃고 이땅의 불쌍한 일벌레 30대들은
그리 크지도 않은 즐거움으로 하루의 고통을 넘기고 있었다.
그 방송은 KBS 위성방송에서 재방영하던 <골든벨>이었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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