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한 분

지랄 쌩쑈

아하누가 2024. 7. 8. 00:29



"이건 정말 지랄 쌩쑈를 하는 거야!"

 

 

집에서 동생과 딱지놀이를 하던 후연이가 어느 대목에서 흥분했는지 

상스런 소리를 서슴없이 했다. 

 

"그게 무슨 말투야! 너 학교에서도 그러지?"

"학교에서는 안 그런단 말이에요!"

 

아내가 다그치자 후연이는 더 화를 내면서 아니라는 말을 몇번씩 되풀이했다. 

이 말투로 본다면 녀석은 문제가 있다. 

현재 녀석과 함께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생활하는 친구들이 

평균적으로 이런 말투를 쓰거나 혹은 더 심한 말투를 쓸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상대적인 경우보다 절대적인 경우를 우선으로 생각향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요즘 들어 학교에서 돌아와서 하는 말이 

친구가 없다거나 축구할 때 골키퍼만 시킨다면서 

어린이 답지 않은 하소연을 하는 것을 몇번 본적이 있어 

이런 부분일수록 철저하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나름대로의 만용 내지는 객기가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곱디 곱고 교과서 같은 말만 사용한다해도 

그 역시 자연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몇번에 걸쳐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음을 하소연한 뒤라 

이런 부분부터 고치고 바로 잡는 것이 훗날의 교우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후연이 너 한번만 더 그런 말투로 애기하면......"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 

문맥의 구조로 보아 그 다음엔 상당히 강력한 제지가 있는 조건이 따라와야 한다. 

강력한 제지라 함은 벌을 받거나 매를 맞는 것인데, 

말투가 거칠다는 이유가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거나 

어른들에게 불손한 것, 또는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한 상황 이상의 

형량이 주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말투가 거칠다는 이유로 매를 들면 더 큰 잘못에는 

거의 고문에 가까운 체벌이 가해져야 한다. 

벌을 줄 때도 죄질에 따라서 순차적 형량을 유기적이며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기준없이 또는 근거없이 형량을 늘리면 아이 입장에서는 훈육의 차원은 없고 

부모가 화풀이 하는 것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잠시 끊어졌던 말을 이어갔다. 

 

"한번 그럴 때마다 네 은행통장에 있는 돈 1천원씩 압수할 거야!"

 

성인들의 경우를 인용하더라도 이 정도 사안이면 벌금형이 적당하다. 

재산상의 손해 역시 상당히 가혹한 것임을 녀석도 이제 알아야 한다. 

재산적 손실도 상당히 타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이 정도 교육은 다방면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를 통해 형벌의 종류엔 신체형과 벌금형이 있다는 사회적 상식도 

몸소 깨닫게 되니 나름대로 의미있는 판결이다. 

더욱이 지난 설날 여기저기서 받은 세배돈을 엄마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려 은행에 저금하는 실전 교육을 자청했었고 

액수가 적인 저금통장을 들여다보며 

마치 맞벌이부부가 전셋집으로 옮기려는 희망찬 꿈을 가진 표정을 짓곤했었다. 

따라서 자신이 아끼는 재산, 그것도 유가증권보다 더 가치가 있는 저금통장에서 

벌금을 내는 것은 체벌로서의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표정이 밝게 바뀌며 흥겨워 노래부르듯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무슨 의미인지 잠시 궁금했지만 체벌의 선택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던 지라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아내가 그런 내 모습이 딱했던지 

혀를 끌끌차며 안타까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 돈을 다 찾았지 뭐에요. 

찾는 방법 알려달라고 해서 처음엔 천원씩 이천원씩 찾더니 

혼자서 다 할 줄 알고는 다 찾아버렸다구요. 거참...."

"......?"

 

상당히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힘들게 생각해낸, 그리고 최상의 선택이라고 만족하던 

체벌이 의미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이미 분위기는 훈육의 상황을 벗어났으니 

다시 인상을 쓰고 처음 분위기로 돌아가 교육을 시작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날의 교육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 * *

 

하지만 난 이 녀석이 대견스럽다. 

이 정도라면 나쁜 말투는 스스로의 사회생활에서 어울릴 수 있도록 

알아서 고칠 것이다. 

어떤 말투가 자신에게 이익이고 어떤 말투가 자신에게 손해로 돌아오는 지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벌써 '돈세탁'이라는, 

고난이도의 경제생활방식을 터득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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