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하누가 2024. 7. 7. 00:56


며칠 밤을 새워 일했더니 오른쪽 어깨에 꽤나 신경쓰이는 담이 걸렸다. 

장농 밑에 반짝거리는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기 위해 

엎드린 채 무리한 힘을 주었을 때 

온몸이 마비된 듯한 느낌이 드는 고통스러운 증상이다. 

 

글을 쓰기 위해 잠시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담이라는 단어에 내가 원하는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 '담'이라는 말도 제대로 된 표준어 인지 모르겠고, 

더욱이 담이 걸린 건지, 결린 건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얘기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니 

대충 어깨가 마비되는 증상이 왔다고 생각하자. 

 

컴퓨터에 앉아 며칠을 꼬박 새며 같은 작업을 반복했더니 

오른쪽 어깨가 말을 듣지 않는다. 

팔이 어깨 위로 올려지지 않는다. 이거 큰일이다. 

며칠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팔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픈 고통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만히 있어도 시큰거리며 통증이 온다. 

약 4~5년전에 10일 가량 똑같은 작업을 밤낮없이 한 적도 있는데 

그때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 

다만 마우스 클릭하는 일이 나중에는 너무 힘에 겨워서 

손목과 팔꿈지 사이가 심하게 아팠던 기억이 났을 뿐이다. 

하루밤에 마우스로 클릭하는 작업을 몇천번, 몇만번 하면 어떤 증세가 올까?

시간이 지나가며, 횟수가 증가할수록 한번 클릭하는 데 

몸으로 느껴지는 충격이 상당하게 다가온다. 

마치 낙수가 바윗돌에 구멍을 낼 때 그 바윗돌은 처음에 견딜만 하다 

구멍이 날 때쯤 떨어지는 낙수는 

아령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큰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때가 그랬다. 며칠밤을 새우며 클릭만 하다보니 

나중에는 클릭 한번 하는 게 아령한번 드는 힘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일을 끝났고 상처만 남았다. 

주변의 얘기를 들으니 물리치료나 파스 한장 붙이는 것으로는 치료가 힘들고

약을 먹으면 좋다고 하기에 며칠 버티다 약국에서 약을 샀다. 

소염진통제와 통혈제, 그리고 근육 관련제 등이다. 

약 기운인지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니면 일을 마친 뒤라 더 이상의 무리할 일이 없기 때문인지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그래도 한번 아픈 곳이 생각처럼 말끔이 나아지진 않아 

가끔씩 행동과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약도 먹을 만큼 먹었고, 시간도 지날만큼 지났는데 

아직도 아픈 이유는 도대체 뭘까. 

 

아마 나이 때문인 듯 싶다. 

기억에도 희미한 4~5년전의 같은 일에서 느끼지 못한 

세월의 무상함일 지도 모른다. 

그때도 아팠겠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고 

약의 힘을 빌릴 일은 더더욱 없었으니 

유일한 원인은 나이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쩌면 현실일 수도 있다. 

정신적 부담이 가장 적은 정도로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일까 하는 대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까지 나이탓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운전하다가 정체된 틈을 이용해 겉옷을 벗다가 

이런 식으로 담에 걸린 일이 있다. 그때도 아파서 꽤 오래 갔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이 현실을 5000배가 넘는 중노동을 한 것이고,

따라서 이 정도 고통이 동반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것은 굳이 나이탓이 아니라 

누구라도 고통을 느낄만한 과도한 노동의 댓가였을 뿐이다. 

아직 그 정도 일로 몸에 무리가 생길 정도로 나이가 들진 않았다. 

 

 

* * *

 

 

오늘 저녁. 

어깨가 다시 결렸다. 

그리고 이제는 훌쩍 커버린 큰 아들 후연이가 어깨를 주물러줬다. 

이제, 나이탓이 아니라고 우길 변명도 사라졌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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