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버스 안의 젊은 커플

아하누가 2024. 7. 7. 00:58

 

먼저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목과 어울리는 우스개 소리 한마디 해야겠다. 

어느 버스 안에서 젊은 커플이 나란히 좌석에 앉아 

남들이 보기에 조금 정도가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였나 보다. 

애정 행각의 내용도 상당히 진했겠거니와 이의 시간도 조금 길었던 모양이다. 

길었다기 보다는 진한 애정 표현이 매우 자주 일어난 듯싶다. 

원래 길게 한번 하는 것보다 자주 보여주는 게 보는 사람입장에선 더 짜증나게 마련이다. 

이를 참다못한 뒷 좌석의 승객이 이들에게 소리쳤다. 

 

"야! 여기가 여관이냐?"

 

그러자 닭살 커플 앞에서 꾸벅꾸벅 졸던 한 승객 아저씨가 

잠에서 깨어 뒤를 돌아보더니 하는 말.

 

"왜? 버스 안에서 잠도 못자냐?"

 

 

* * *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 입장에서 이런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이 달라져서 젊은이들에게는 공공장소의 애정표현이 아무렇지 않은듯 

점점 노골적이고 과감해져 가는데, 

그렇다고 딱히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고, 또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역시 마찬가지 여서 애써 모른체 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한 들 보기 싫은 모습은 영원히 보기 싫은 모습일 뿐이다. 

다른 사람은 이런 장면이 왜 보기 싫은지 모르겠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로 이런 장면에 등장하는 남자 여자 주인공이 

상당히 못생겼다는 점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멋지게 생긴 두 남녀가 그런다면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불행히도 예쁜 여자, 특히 매우 예쁜 여자는 버스안에서나 지하철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난 본적이 없다. 

주로 사회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평균 이하의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눈꼴 사나운 행동을 하더라는 감성적 조사 결과다. 

물론 일단 하는 짓이 마음에 안들고 시작했으니 설령 예쁘다 한들 

예쁘게 보일 리가 없는 것도 결정적인 이유다. 

 

아무튼 그런 커플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고 더욱이 날씨가 따뜻해져 

옷차림이 얇아지니 점점 더 심해진다. 

물론 주먹으로 때려도 별로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오리털 파커를 입고 

둘이 껴안고 있어봐야 느낌이나 오겠냐만. 

그렇게 눈꼴 사나운 모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이 나타난다. 

 

하루는 서울 합정동에서 파주출판단지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워낙 장거리 노선이고 상당히 빠른, 직행 버스여서 

합정역 시발점에는 많은 사람이 몰린다. 

겨우 줄거서 차에 올랐는데 앉을 자리가 없다. 

한시간 이상 가야하니 자리잡고 앉아야 하는데 조금 늦게 탔더니 

눈에 띄는 자리가 없었다.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웬 여자가 한명 앉아 있고 옆자리가 비어서 

여기라도 앉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이 여자 앉은 꼴 보니 거 참 예술이다. 

큰 엉덩이를 가운데 걸친 것도 모자라 다리 하나를 옆자리에 올리고 있다. 

내가 앉으려니까 이 여자 하는 말인즉, 자기 남자친구가 뒤에 탄다고 여기 앉을 거라나? 

더 기분 나빠서 그냥 무시하고 앉을까 하다 

생긴 것도 참 더럽게 생겨서 앉아봐야 기분만 나쁘겠다 싶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또 한편으론 경멸의 눈치를 한번 준뒤 그냥 서있었다. 

바로 뒤에 남자친구가 오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남자 친구도 똑같이 생겼다. 

그냥 뒤통수를 한방 날릴 욕구를 불태우는데 매우 협조적으로 생겼다. 

하는 수 없이 그 앞자리에 서있는데 이 커플 하는 짓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각자 이어폰을 하나씩 가방에서 꺼내더니 음악을 듣고 있었다. 

여자는 노트를 꺼내 뭔가 적기 시작했고 남자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자기 시작했다. 

어라, 이럴 거면 뭐하러 둘이 악착같이 나란히 앉았나? 

그리곤 갑자기 평소 차에서 눈에 거슬리던 장면인 닭살 커플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악착같이 앉았으면 당연히 애정행각을 벌이던가, 

아니면 우리는 커플이네 하면서 뭔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행위를 보여줘야 

자리를 양보한 내 입장에서도 명분이 있지, 

그냥 평범한, 전혀 모르는 사람들처럼 행동하니 뭔가 이상했다. 

평소엔 공공장소의 닭살 커플이 눈꼴 사납게 싫었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 * *

 

 

사람이란게 참 얄미운 동물이다. 

이런 거 싫다고 저런 거 하면 그게 또 싫어지는 게 사람의 얄팍한 사고들인 모양이다. 

싫다고 해서 쫓아내고 다음 사람 맞으면 그 전 그 사람 오라하고, 

이런 모습 싫다고 저런 모습 보여주면 그전 모습이 낫다 하고, 

주가 떨어지니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하고 주가 올라가면 정책 때문이 아니라고 하고... 

아무튼 우리네 사는 모습이란 게 그렇다. 

단지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진실과 양심 등 

절대적 기준에 의한 냉점함일 듯싶다. 

 

버스안에서 닭살 커플을 보며, 또 버스안에서 전혀 닭살스럽지 않은 커플을 보며 

세상 사는 이치를 깨닫곤 하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는 모양이다. 

다만 그걸 얼마나 잘 받아들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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