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서울사람 시골가기-2

아하누가 2024. 7. 7. 00:49


1. 장난감

 

점심 먹으러 오라는 이장님의 연락을 받고 찾아 갔더니 

이장님 댁엔 이미 언덕 너머 사시는 노부부가 자리잡고 읹아 있었다. 

데려간 아들 두 녀석이 치고 박고 장난치자 이를 지켜보던 노부부 할머니의 한말씀.

 

"그래서 키울 때는 딸이 좋다니깐. 딸 하나 더 낳지 그러슈?"

"그러게 말이에요. 근데 딸은 정말 얌전히 잘 크나요?"

 

할머니 말씀인 즉 딸이 커가는 과정은 사내들의 그것하곤 다른데, 

그 다른 점이 너무도 확연하여 매우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었다. 

딸들은 조신하게 인형을 모으거나 또는 놀고 난 자리도 깔끔하게 정리한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노는 문화도 상당히 달라 

딸들에게는 장난감 자체가 사내들하고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난감이 어떻게 달라지냐 물으니 이 할머니 말씀이 걸작이다.

 

"사내들은 맨날 전쟁준비에 바쁘지......."

 

 

2. 장작

 

주말마다 강원도에 내려가니 후배 한 녀석이 매우 궁금한 듯 물었다.

 

"도대체 거기 내려가면 뭐하며 지내요?"

"응? 주로 산에서 나무해와서 하루종일 자르지."

 

그러자 후배는 그게 뭐가 재밌냐며 고개를 가로 젖는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묻는다. 

 

"그럼 밤엔 뭐하는데요?"

 

장작 패는 일이야 오밤중까지는 하지 않는 일일테니 

그 후배의 궁금증도 이해가 갔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밤엔 그 장작을 때지."

".....?"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그 후배는 앞으로도 계속 모를 것이다.

 

 

3. 민박

 

건너편 이장님댁은 2층이 민박집으로 꾸며져 있다. 

근처에 유명한 참숯공장이 있어 가끔씩 사람들이 와서 묵고 가곤 한다. 

어느 날은 민박집 손님들의 주문으로 키우던 오리 한마리를 잡아 요리하고 있었다. 

이장님 부인은 요리 솜씨가 상당히 좋아 

가끔씩 요리한 음식을 전해주는데 그 맛이 참 일품이다. 

 

"손님이 주문하면 요리도 직접 하시나 봐요?"

 

내가 묻자 이장님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개도 잡아 줍니까?"

 

마침 마당에서 빈둥거리는 몇마리의 개를 보고 내가 다시 묻자 

이장님은 늘 그랬던 것처럼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당연한 듯 대답했다.

 

"그기야 뭐 어렵지 않드래요."

 

장난기가 생긴 내가 또 물었다. 

 

"그럼 부탁하면 소도 잡아주나요?"

 

여기까지야 누가 들어도 당연한 농담이었지만 이장님은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평소 모습대로 심각하게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뭐 당연하지 않겠드래요? 근데....."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매우 놀라는 표정으로 바뀐 이장님이 내게 물었다.

 

 

 

"다 드실 수 있겠드래요?"

 

 

 

 

아하누가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線)  (0) 2024.07.07
나는 왜 펜탁스카메라를 좋아하는가?  (0) 2024.07.07
새 핸드폰  (0) 2024.07.07
도장  (0) 2024.07.07
  (0) 202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