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하누가 2024. 7. 7. 00:45



꿈이란 게 깨어나서 생각해보면 모두 이상하지만 

그래도 곰곰이 생각하면 그 상황과 등장인물의 의외성에 더욱 고개를 흔들게 된다. 

이건 정신감정으로도 분석하기 힘들고 

심령과학으로도 증명하기 힘든 영원한 수수께끼일 듯싶다.

 

 

지난 밤에 꿈을 꾸었다. 

어느 꿈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그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행동들이 예사롭지 않다. 

장소는 어느 대학교 강당이었고 상황으로 보아 나는 그 학교의 학생같은데 

주변 교우들은 학교 동창들이 아니라 옛 직장 동료들이 더 많이 보인다. 

교수인듯한 사람이 시험을 치르려는 듯 

한명씩 실시테스트를 시키고 있는데 그 과목이 묘하게도 리코더 연주하는 시험이다. 

나이 30 좀 넘은 사람이면 리코더라는 게 뭔지 잠시 헷갈리겠지만 

리코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어렸을 떄 음악시간에 배우던 '피리'다. 

다 큰 어른들이 시험감독관 앞에서 피리를 불고 있자니 

이거야 말로 웃기는 장면이다. 

상황이 대충 이 정도 되었으면 현실을 파악하고 꿈에서 깨든 잠에서 깨든 

다음 행동이 이어져야 정상임에도 나는 단지 피리부는 게 자신있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 또한 꿈 아니면 볼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결국 내 차례까지 왔는데 내 손에는 리코더가 없다. 

입에 대고 부는 악기의 특성이라 남의 것을 빌리기도 곤란하여 

감독관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 감독관의 말이 더 '꿈'스럽다. 

 

"악기가 없으면 휘파람이라도 불게...."

 

상황은 점점 점입가경이다. 

뛰어난 리코더 실력을 발휘못하는 아쉬움을 

그나마 휘파람으로 달래기 위해 입술을 한껏 오무렸다. 

오히려 악기가 아니니 음정 만큼은 더 정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정곡을 휘파람으로 시작했는데 긴장했는지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휘파람을 불자 이제야 소리가 제대로 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테스트에 임했는데 그 뒤의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험에 고득점을 받았는지 남들에게 웃음거리나 되고 말았는지....

 

꿈이란 게 다 그렇듯 지나고 나면 별 볼일 없는 얘기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잠에서 깨었을 무렵에나 기억하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 게 또한 꿈이다. 

그렇게 허무한 그날의 꿈은 앞으로 꾸어야 할 수많은 꿈들중 하나로 

그 의미가 퇴색되는 중이었다.

 

 

 * * *

 

 

아침. 잠에서 깬 아내가 갑자기 낄낄거리며 내게 물었다.

 

"간밤에 뭔 꿈을 꿨길래 자다말고 휘파람을 분대요?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계속 불더라고. 뭔 노래였더라? 

즈을~거운 곳에서는.... 이렇게 나가는 동요 맞나? 근데 그게 자다말고 뭔 일이래....."

 

".....!"

 

 

간혹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동화같은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이런 식은 아닐게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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