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끼리 하는 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쁜 여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딜까?
정답은 여의도와 청량리라 한다.
여의도는 방송국이 모여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소로 연예인이 많음을 뜻하고,
청량리는 사창가를 일컫는 대표적인 장소로,
이곳에 가면 예쁘다는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예쁜 여자들은 TV나 술집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인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틀린 말만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사람이 예쁘고 멋진 사실을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이 예쁘게 보이려면 일단 즐거움과 행복함을 얼굴에 가득 담고 있어야 한다.
일에 찌든 기분으로 억지 웃음을 띄운다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예쁘다는 느낌은 줄 수 있겠지만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좋게 할 수는 없다.
예쁜 얼굴은 역시 기분 좋게 활찍 웃는 얼굴이다.
그런 개념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니 우리나라에서 예쁜 여자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이 어딜까? 바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너무나 예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여행을 앞두고 한껏 고조된 기분이 그런 예쁜 얼굴을 만들고,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이 거기에 한층 더 멋을 부리게 한다.
또한 외국에 나가는 여행길에 걸맞는 과감한 옷단장은
이를 예쁜 모습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이러니 이곳이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예쁘다는 여자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인 셈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우울하고 삶의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곳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표정이 어두운, 미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어딜까? 바로 병원이다.
국제공항의 출국장이 설레임과 희망의 표정이 가득 담긴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면
이와 상대적으로 근심과 걱정이 얼굴에 쓰인 사람들이 오가는 곳은 병원일 것이다.
이 상반된 두 장소의 공통점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라도 어떤 장소에서는 예쁜 얼굴이 되고
어떤 장소에서는 미운 얼굴이 된다.
사람의 얼굴은 성형외과를 찾아갈 경제적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담은 행복의 크기에 의해 예뻐지는 것이다.
* * *
친한 친구가 일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얼굴을 다쳤는데 듣던 것 보다 상당히 상태가 심각했다.
광대뼈와 코뼈가 부서졌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병원에서 만난 친구는 보기에도 안스러웠다.
"수술은 잘 되었대?"
으레 상투적이지만 안부인사차 말을 건네니 친구는 잘 펴지지 않는 얼굴을
꿈틀거리며 힘들게 대답했다.
"잘 안됐대."
"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수술 마저 잘못되면 어쩌나.
하지만 친구는 의외로 담담하다. 그러더니 이내 특유의 투덜거림을 시작했다.
"하는 김에 코도 높였어야 했는데....."
"......?"
녀석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쾌유하여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예뻐지려면 일단 건강해야 한다.
아니, 건강한 것이 예쁜 것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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