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강원도 여자는 모두 짝궁뎅이?

아하누가 2024. 7. 7. 00:40



"너 그거 알아?"

 

요즘 들어 아내가 살던 강원도에 집을 짓는다니 

친구 한 녀석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매우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뭐냐고 물으니 이 녀석의 말이 또한 황당하다. 

 

"강원도 여자들은 다 짝궁뎅이래."

".....?"

 

이런 망측한 말이 있나. 

특정 지역 사람들의 명예를 실추시킴은 물론이요 

여자 신체의 특정부위를 거론함으로써 수치심으로 느끼게 하는, 

여러가지로 문제의 소지가 많은 발언이다. 

하지만 녀석의 모친이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특정 지역을 비하한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웃자고 해본 소리이긴 한데 

그 근거가 아무래도 미심쩍다. 

 

"왜 짝궁뎅인데?"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궁뎅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등장시킨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일리있는 근거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녀석이 간직한 카드를 꺼내게 했다. 

 

"비탈진 곳에서 한쪽 다리를 내리막에 뻗은 채 감자를 캐서 짝궁뎅이가 됐더래요."

 

마지막 억양은 강원도 특유의 사투리를 흉내내어 

강원도와의 개인적 친근감을 강조하며 

혹시 모를 특정지역 비하발언 시비를 미연에 방지하는 영악함을 보였다.

강원도 여자가 짝궁뎅이라?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도, 용불용설을 주장한 라마르크도 

들으면 웃다가 무시해버릴 이 근거없는 이유가 

무슨 이유인지 내게는 몹시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렸다. 

잠시 근엄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짝궁뎅이라, 짝궁뎅이....'

 

 * * *

 

집으로 돌아가 강원도 출신 아내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짝궁뎅이의 판별 여부를 눈으로 가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아내가 에로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이상 

집안에서 궁뎅이가 드러나는 22세기형 복장을 하고 다닐 리가 없었고, 

궁뎅이란 것이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양을 띄고 있어 

양쪽 궁뎅이의 현격한 차이가 있지 않는 한 눈으로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의상실에서 쓰는 줄자를 꺼내 양쪽 엉덩이를 둘러 재보거나 

혹은 사진을 찍어 정밀 판독을 시도하는 것이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나 

이는 아내의 노기를 충만하게 하거나 혹은 변태로 오인받기에 매우 적당한 행동이었다. 

 

결국 강원도 여자들이 정말 짝궁뎅이인지 아닌지 이 심각한 명제는 

미궁속으로 빠져 든 채 마음속의 수수께끼로만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명제의 진위를 따지고 싶은 학구열은 매우 진지하여 

그 뒤로 강원도에만 가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가는 여자들 궁뎅이만 쳐다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그런 진지한 나를 발견하곤 혼자서 키득거리며 웃는 일이 잦아졌는데 

그때 마다 아내는 강원도에만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하여 

별 탈 없이 지나가고 있다. 

혹시 강원도에서 여자 뒷모습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바로 이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강원도에 가면 항상 즐거운 일이 있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