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

아하누가 2024. 7. 7. 00:37


베트남의 경제도시 호치민에 잠시 머무를 때였다. 

마침 주위에 신문이 있어 관심있게 펼쳐보았지만 대부분 

알아보지도 못하는 베트남 말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들 사이로 보이는 사진중에 흥미로운 사진이 한장 눈에 띄었다.

정부 고위인사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이 이제 베트남에서도 시판된다는 

베트남 친구 후이부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후이부는 내게 물었다.

 

"한국에는 대부분 핸드폰에 카메라가 달렸다죠?"

"그렇지...."

 

모두가 그렇지야 않겠지만 카메라 달린 핸드폰은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그럼 형 것두 카메라 달렸어요?"

"......"

 

사실 내 핸드폰에는 카메라가 없다. 

카메라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인터넷도 안된다.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은 노년층을 위한 효도폰으로 

흑백화면이지만 숫자판이 큼직해서 좋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나마 문자 메시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아무 불편없이 잘 쓰고 있는중이다.

 

하지만 가끔씩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핸드폰을 보면 

그 변화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련된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기능을 보면 

이것이 과연 현대 기술이라는 감탄에 젖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단지 전화기는 통화를 목적으로 할 뿐인데 

저렇게 다양한 기능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더욱이 기능이 많아지고 디자인이 세련되어질수록 

그 가격대는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서

현재 가격으로 대충 좋은 핸드폰을 구입하려면 

대략 50만원 이상은 들여야 한다고 한다. 

과연 핸드폰의 목적이 전화통화라면 

저런 기능들을 비싼 값에 치를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과연 어떤 사람들이 저 비싼 것을 살 수 있을까? 

멋내기 좋아하는 젊은 학생들일까?

적어도 내 관점과 내 기준으로는 

감히 그런 핸드폰을 구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일 TV나 신문에 신모델 광고를 해대니 

그것 또한 이해못할 일이다. 

적어도 내 기준과 관점으로는 그렇다.

 

* * *

 

얼마전 우연히 중학교 1학년 남학생,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남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났다.

이들이 가진 최근의 고민이 자녀들 핸드폰 사주는 고민이라 했다.

최소한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핸드폰은 필요하다. 

특히 그집은 부부가 맞벌이 하는 집이니

자녀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심도 되고 

또한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반드시 핸프폰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를 가진 

장문의 논문을 주문했다. 

그것으로 설득이 가능하고 그 이유가 타당하다면 사주겠다는 

일종이 조건이었다.

평소 글짓기에 재능이 있는 아이는 나이답지 않게 

동학년 아이들의 핸드폰 보유율을 조사하여 통계를 내는 등 

나름대로 성실하게 과제를 수행했다. 

옆에서 들으니 참 기특하고 똘똘한 녀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 부부는 핸드폰 사주는 문제로 고민중이었다.

 

"뭐 고민할 거 있어. 걔들은 평생 그거 가지고 살 애들인데."

"그거야 그렇지만....."

 

이 부부의 고민은 아이가 요구하는 핸드폰이 너무 비싼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이미 원하는 모델은 정해둔 상태고 

그 비용이 부모에게는 만만치 않은 돈이니 핸드폰 사주는 일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통화 기능만 있는 핸드폰을 사주었다간 

며칠간 말도 안할 것이고 가지고 다니지도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저렴한 핸드폰으로 실용주의를 주장하기엔 

세상은 이미 평범하지 않은 것이 손가락질 받기에 

너무도 적당한 환경이 되어있다.

아이들의 핸드폰은 평범하지 않을수록 평범한 핸드폰이다.

단지 그집뿐 아니라 다른 부모들도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등 나름대로의 단서를 붙였지만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핸드폰을 사줄 명분이 없어져 고민이라 했다. 

물론 그 고민의 내용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조만간 구입할 예정이거나 또는 이미 사주었다고 한다.

 

 * * *

 

단지 나만의 관점과 생각으로는 

쉽게 살 수 없을 것 같은 비싼 핸드폰이 이렇게 팔려나간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언제나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도록 다양해야 한다. 

그래야 그 원리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구입하는 핸드폰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이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해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비상식이되고, 

비상식적인 일이 너무도 상식적으로 인식되는 

사회의 단면에서 웬지 모를 씁쓸함도 느낀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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