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토박이라는 말은 본토박이를 줄인 말이다.
한 고장에서 대대로 살아오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정서적으로 매우 훈훈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타지방 사람들에 대한 텃세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서울에는 토박이들이 많지 않고 토박이들의 텃세가 심하지 않다.
현재 서울에는 타지역에서 이주 온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서울 토박이들도 주변 신도시로 많이 이주하여
서울의 토박이 개념은 타 도시에 비해 매우 모호한 편이다.
오히려 텃세나 토박이란 말이 존재하는 곳은 서울의 전반적인 개념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구분에서 그러한 현상은 잘 드러난다.
주로 오랫동안 같은 지역정서를 유지하고 있는 변두리 동네가 바로 대표적이다.
토박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처음엔 친해지기가 힘들지만
친해지고 나면 왠지 모를 끈질긴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특성이 있다.
그런 정서에 푹 빠진 사람들이 주로 동네를 지키고
그러다 보니 또 새롭게 형성된 정서가 동네 분위기를 주도하여
또 하나의 토박이 문화로 순환되기도 한다.
* * *
나는 홍제동에서 태어나 아직 홍제동에 산다.
오늘 아침엔 큰 녀석 앞으로 배달된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졸업은 못했지만 내가 입학식을 치르던 바로 그 학교다.
지금 기억나는 장면은 어머니께서 직장 일로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하셔서
이모 손을 잡고 가기 싫은 발걸음으로 학교운동장에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입학식을 치루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그 학교 6학년이었던 누나가 입학식 장소에 나타나
자신의 학교라며 뒷짐을 진 채 자신이 이미 최고학년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과시하기도 했었다. 32년전 기억이다.
이 정도 살았으니 이제 나도 어느 정도 동네 토박이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겠다.
이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신도시로 이사하여
왠지 모를 쓸쓸함이 동네를 돌아보는 감정의 모든 것을 장악했는데
아들 녀석의 입학식을 생각하며 생각하니 토박이란 말이 왠지 정겹다.
시대가 변하고 주변 상황이 급변하여
옆집 아이 아빠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요즘
이런 토박이 정서가 언제까지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살던 고향인 바로 지금 이 자리의 느낌도 세월의 변화 속에 무덤덤해지려는 모양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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