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뷔페

아하누가 2024. 7. 7. 00:28



예전에 축구팀 동료에게서 들은 얘기가 기억난다. 

30대 초반인 이 친구가 자란 곳은 강원도 어느 시골이었는데, 

중학교 땐가 읍내에 뷔페라는 음식점이 생겼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먹는 일처럼 세상에 중요한 일이 없었던 때라 

일정한 돈만 내면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는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고, 

따라서 사람들은 그 뷔페가 문을 여는 날 모두 읍내로 몰려갔다고 한다. 

뷔페에 대한 인식부족과 시골사람 특유의 식성을 계산 못한 채 문을 연 뷔페는 

음식을 충당하지 못해 문을 연지 4시간 만에 문을 닫았고 

이후 다시 문을 여는 데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왜 이리 웃었는지. 

아미도 시대가 가져다주는 묘한 변화의 느낌을 가졌던 모양이다. 

 

* * *

 

오전에 얼른 축구를 마치고 오후에 집안 어른 생신행사가 있어 

집 근처 모 호텔 뷔페를 찾았다. 

호텔답게 좋은 시설에 잘 차려진 음식들이 꽤나 비싸 보인다. 

나중에 가격을 알아보니 일인당 약 4만원 가량. 

태어나서 가장 비싼 식사로 한끼를 때운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비싼 식사를 하면서도 별로 먹은 건 없다. 

 

난 개인적으로 뷔페를 싫어한다. 

음식을 일일이 담아오는 행위가 우선 귀찮고, 

먹음직스러워 접시에 담다가도 족발에 묻혀둔 새우젓이 옆으로 흘러 생선회와 만나고 

회에 묻혀둔 간장이 초코렛케익과 어우러지는 현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충 이것저것 아내가 챙겨온 음식 맛만 보다 식사를 마쳤다. 

살아오면서 가장 비싼 식사를 하는 건데 너무나 아깝게 한끼를 보낸 것 같다. 

하지만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을 순 없잖은가?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저녁이 되어 식사를 하는데 집에서 먹는 밥이 왜 이리 맛있던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상이 변해도 참으로 많이 변했다. 

일정한 돈만 내면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시절도 있었는데,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쌓아둔 음식도 입맛에 안맞는다며 

손도 대지 않는 때가 되었으니 말이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니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한창이다. 

TV에 북한기가 나오고 남북한 손을 잡고 입장하고 

개최국의 국가인 우리나라 애국가가 나오고 

그리고 성화주자로 북한 유도선수가 등장하니 참 세상의 변화는 알래야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예전에 우리가 어렵게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가볍게 생각되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일들이 

훗날에 몹시 중요한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참 빨리 변하니까.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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