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때늦은 공부에 열을 올리는 요즘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이란게 있어 이에 대비하는 공부다.
평소에 자신만만하던 한자 실력이었지만
우연히 서점에서 본 3급 시험 문제집에 쩔쩔매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공부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를 싸매고 책상머리에 앉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또 도서관이나 고시원에 들어가 고시공부하듯 하는 공부는 아니다.
그저 오가는 전철안이나 틈나는 시간을 이용해
교재를 뒤적거리는 게 공부의 전부다.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바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한자도 마찬가지여서 몰랐던 자, 몰았던 단어를 알게 되면
꼭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 * *
출근해서 사무실 동료를 보자 아침에 전철안에서 뒤적거린 단어가 생각났다.
복습도 할겸 잔뜩 폼을 잡고 메모지에 멋드러지게 두 글자를 썼다.
抛 棄
"이거 읽어 봐!"
한자라는 것이 그렇지만 쓰기는 어려워도 읽는 건 쉽다.
더욱이 앞뒤 연결문장이 있다던가 또는 잘 인쇄된 문자라면
더 눈에 익어 쉽게 읽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처럼 달랑 두 글자를 볼펜으로 휘갈려 쓴 글이라면
더욱 읽기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뛰어난 지적능력에 감동하고 있었다.
"음...이게 뭐더라..."
동료들은 고민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몇번 혼자말을 되놰더니 귀찮다는 말투로 말했다.
"에이, 포기!"
난 경악했다.
무려 한달이나 한자 공부에 열을 올렸고,
공부에 열을 올리기도 전에 이미 한자는 자신있는 분야였는데
겨우 알게 된 글자를 한번에 맞추다니....
역시 학습의 길은 멀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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