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던 당시에는 해외 이민에 적극적이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아지니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했고,
한평생이 그리 길지 않다고 느낀 진취적인 사람들에게는
해외 거주도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관계가 맞물려 우리나라는 현재 많은 해외거주자를 가지고 있다.
현재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미국의 심장인 뉴욕에도 많은 한국인이 있고
지도에도 찾기 힘든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라는 나라에도
한국인 거주자가 있다.
장소가 어디든 그들은 한국인의 정통성을 이어가며 살고 있으며
고집스럽다 싶을 정도로 우리 고유 문화를 지키고 있다.
집을 떠나면 누구나 애국자라는 말처럼
해외거주자들은 누구보다 더 고국을 먼저 걱정했으며
조국의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국을 떠나보니 조국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게 되었고
스포츠나 문화를 통해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은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이런 마음으로 현재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수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중에는 이미 외국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거나
혹은 그 나라 국적을 취득하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명백한 한국인인 것 만큼은 사실이다.
가끔씩 개인의 목적과 영달 보다는 한국인으로서의 의무가 귀찮아
이를 악용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대분의 모습은 아니다.
대부분의 교민들은 한국이란 조국에 강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려 한다.
세계 어떤 나라의 해외거주자 보다 더 끈끈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 * *
여기까지는 현실이고 진실이라 믿고 싶은 내용이다.
분명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다.
최근 정치권을 보니 해외거주자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 중요한 국가의 결정에 있어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정하나
참정권에는 반대한다.
조국이 발전하기 위해 의사를 나타내는 것은 자유일 수 있지만
권리까지 주장하는 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요즘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을 발달로
실시간으로 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다곤 하지만
현지에서 실제로 느끼는 체감현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되는 한국의 소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우선 언론 보도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의 언론은 절대로 정확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
이런 보도를 기본으로 한국의 소식을 접하는 해외거주자들은
실제로 당면한 심각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조심스런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적절하게 제시하기 어렵다.
외국에 가서 살고 있으니 한국의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배타가 아니다.
조금 더 정확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할 수 있는 배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에 대한 이익과 손해 역시 해외거주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차적인 영향은 당연히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온다.
해외거주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차적인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곤란한 점이 많다.
현재 110만명의 단기 체류자와 170만명의 장기거주자는 분명히 다른 입장이지만
이를 차등적용하기도 난감하다.
그렇다고 280만명의 모든 해외거주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면
한국땅을 밟은지 50년이 넘은 사람과 이틀전에 유학을 떠난 사람이
각자의 판단으로 똑같이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재자 투표로 이루어지는 선거라면
선거의 4대 원칙 중 비밀선거와 직접선거를 충실히 이행하는지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저 없다.
비록 피선거권이긴 하나 대통령 출마 자격에
출마 당시 한국거주 5년 이상이라고 규정된 대목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 *
애국심은 누구나 같다.
권리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평하다는 단어 아래 상황의 차이를 똑같이 적용시킬 수는 없다.
누구보다 드높은 애국심을 발휘하고 있는 해외거주자들에게는
상당히 송구스러운 말이지만
해외거주영주권으로 참정권을 대신했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나날이 달라지는 급박한 변화 속 한국 세상을
멀리 타국에서 쉽게 적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하누가
결국 힘있는 사람들은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 실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