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라면 몇 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산에 올라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무려 8자리가 되는 군번을 한숨에 기억해 낸다는 것,
자신이 가장 힘들게 군대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다.
마치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그 무용담과 일종의 공치사는 점점 과장되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같은 경험을 한 사람끼리 뻔히 알만한 거짓말도 웃으면 받아들이니
군대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만드는 유대감은 생각 보다 상당한 모양이다.
그런 몇가지 공통된 특징중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얼핏 이해가 가지않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간혹, 꿈속에서 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꾼다는 점이다.
이것은 군대에서 제대한 기간이 짧을수록 자주 나타나지만
제법 그 기간이 한참 경과된 사람들에게도 간혹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부분 이런 꿈속의 상황에선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이 이미 군대를 경험했다는 주장을 하게 되고
마치 짜여진 드라마처럼 꿈속의 국방기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다 결국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아마 군대에 다녀온 성인 남녀라면 이러한 상황을 몇번씩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오직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있다.
못견딜 만한 곳은 아니지만 다시 가라면 정말 못갈 곳이 군대다.
이미 경험한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 * *
얼마전 뉴스를 보니 어느 인기가수가
군대 대신 근무하는 병역특례업체에 형식적으로 입사하여
제대로 된 근무도 하지 않은 채 연예생활을 하며
군복무를 마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더욱이 입사하는 과정에서
뒷거래 등의 불법도 자행된 것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그다지 관심없는 연예인이어서 남의 세상 일처럼 생각하려는데
문득 뉴스의 머리기사에 눈에 띄는 문구가 보였다.
군대에 다시 입대해야 할 것 같다는 보도였다.
아직도 간혹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고,
그 꿈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에서 깨어 알고 난 뒤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군대도 제대로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므로
꿈에서 경험한 것처럼 한번 했던 일들의 반복은 아닐테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불법을 자행했다는 점으로
이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성인 남자라면 모두들 의무적으로 다녀와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불법으로 피한 것도 괘씸하고,
그런 기간을 자신의 생업과 인기에 이용한 것도 괘씸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만약 이 연예인의 불법 사실에 대한 판결이 군대에 재입대 하는 것이라면
상당히 적절한 판결인 듯싶다.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안타깝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원칙과 상식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이번 기회에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대중들 앞에 서는 연예인으로서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또 하나의 의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아하누가
그 연예인은 군대에 갔고,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남자 나이 50이 넘으면 더 이상 군대에 가는 꿈을 꾸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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