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외유

아하누가 2024. 2. 21. 19:31


오래전부터 공무원들의 관광성 해외시찰이 단골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이라면 더 신난다.
이런 내용은 공들여 취재하지 않아도 결론이 쉽게 나오고,
얼마든지 흉을 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어 있는 내용이다.
언론에서도 이런 관광성 해외시찰을 '외유'라고 표현하는데,
그 단어 자체가 의미가 있다.

사전의 의미를 찾아보면 아주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설명되어 있다.

 

 

"외국에 나가 여행함"

 

 

물론 여행이란 것이 단순히 놀고 먹고 즐기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외유라는 말에서 여행을 뜻하고 있는 '유(遊)'라는 글자는
다분히 놀고 먹고 즐기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는,
여행의 본질적이며 긍정적인 의미는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
관광성 해외시찰을 빗대어 말한 것으로는 매우 적절한 단어를 골랐다.

 

 

 


* * *

 

 

 


해외시찰이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제 침략기를 뒤돌아 보면 더 생생하다.
당시 해외로 눈을 돌린 일본은 많은 해외시찰단을 통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국력으로 계승시켜
한반도의 침략에 성공을 거둔다.
해외시찰이 남의 나라 침략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이를 통해 국력이 신장되어 강대국의 기틀을 마련했으니
해외시찰의 기본적 효과를 본 셈이다.
당연히 해외의 선진 문물과 제도를 보고 배워왔으면
국익에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우리나라의 해외시찰은 항상 문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시찰과 관광과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어
요즘은 뭐가 시찰이고 뭐가 관광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여기에 일부 자질없는 기초, 광역의원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 '외유'는 점점 더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되었다.

다른 나라라면 잘 모르겠지만
뉴스에 필리핀이라는 말이 나오는 눈에 불이 켜진다.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아마추어 필리핀 전문가인데, 
축산업관리조합의 선진국 시찰로 필리핀을 방문한 적이 있고
또 소방시설 견학으로 필리핀을 간 도의원들도 있다니 기가 막히다. 
가서 뭘했는데 내눈에는 정확히 알 것 같다.
최근 소식을 보니 공공기관 감사들이
남미로 혁신 세미나를 떠났다가 논란이 되자
바로 짐싸고 돌아오기로 했고 한다.
행사 취소하고 돌아오는 걸 보니 안가도 되었던 행사였던 모양이다.
감사 배우러 남미까지 간다고?
감사를 남미에서 배우느니 그저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는 편이 훨씬 낫다.

 


공무원이나 지자체 의원들의 관광성격의 해외시찰은
오래전부터 많은 국민들의 눈에 거슬려 왔다.
얼마전만 해도 이것이 단지 보너스 형식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아 주기도 했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국민들의 수준이 달라진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이건 참 큰일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누군가 이런 일로 인해
따끔하게 혼이 날 시점까지 왔다.
혹시나 공무원들 이 글 보고 있다면 정말 몸조심 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이런 이유로 뭔가 강한 조치가 내릴 것이다.
시험케이스까지 겹쳐 단단히 망신당할 것이다.
관광성 해외시찰을 하고, 세금을 남용했다는 잘못도 있지만
그것보다 큰 잘못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그 흐름에 역행했다는 죄목이다.
지금은 모른 척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정신 못차린 공무원이나 특히 지자체 의원들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그대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푼의 세금이라도 의미없게 쓰여진다면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

 


겁을 많이 줬으니 이를 위한 처방약도 줘야겠다.

상식의 선에서 결정하고 행동하면 된다.

그게 약이다.

 

 

 

 

 

 

 

 

 

 

 

 

 

아하누가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관광성 해외출장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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