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보궐선거

아하누가 2024. 2. 21. 19:29


우리나라 말중에는 한자어로 된 말이 많아

그 뜻을 파악하기에 쉽지 않은 말이 있다.
단지 한자로 이루어져서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한자의 음을 한글로 적었을 때도

만만치 않게 어려움을 느끼는 글자도 있다.

 

 


대표적인 음이 '궐'이다.
이런 한글이 포함되어 있는 단어를 보면
어쩐지 단어의 뜻이 무겁고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단어가 된다.
이 글자가 들어간 단어중 최근 화제가 된 단어를 떠오르자면

단연 '보궐선거'일 것이다.

 

 

보궐선거(補闕選擧)-
한자를 이루고 있는 복잡한 획만 보더라도 골치가 아파지려고 한다.
백과사전의 간단한 설명을 빌리면,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임기 중에 사망하거나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그 자격을 상실한 때 실시하는 선거란다.
쉽다.

 

 


그러면 보궐이란 말은 뭘까?
보궐은 말 그대로 궐(대궐)에 들어갈 자리가 남아 그 자리를 보충한다는 뜻이다.
그 뒤에 선거란 말이 붙으니 그 적임자를 뽑는 것이 보궐선거라는 단어의 뜻이다.
따라서 보결(補缺)의 뜻이 강하고
실제로 이 보궐선거는 보결선거(補缺選擧)라고도 한다.
이렇게 빈자리를 때우는 일에도 악착같이

대궐이 들어가는 보궐이란 용어를 쓰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무장된 권위의식은 알면 알수록 끔찍해질 듯하다.

 

 

 


* * *

 

 

 


얼마전 보궐선거가 있었다.
말 그대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사람이 생겨
남은 임기동안 그 빈자리를 채울 적임자를 뽑는 선거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발생한 우스운 일은 두고두고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어느 지역구 국회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로 인해 그 지역의 국회의원은 공석이 되었고
이 자리를 보결하게 위해 국가에서는 선거를 실시해야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의원직을 박차고 나간 의원은
시장후보도 되지 못한 채 출마를 포기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보결선거에 또 다시 후보로 뻐젓이 등장했다.

 

그다지 정치에 관심없어서 넘겨보고 있는데
문득 그 후보가 자신의 사퇴로 인해 벌어진 보결선거에 또 다시 후보로 나오니
이거야 말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황당한 일이다.
황당함을 넘어 배신감이 들고 어이도 없으며 또한 기가 막힌 일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절차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었으니 출마가 가능했겠지만
도대체 상식이란 게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경우는 그 의원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번복으로 인해
단순히 기분이 나쁜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했다는 근엄한 이유로 꾸짖으려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스스로 그 권위를 지키지 못한 것이고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의 중요도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며
또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중요하지 않은 자리에 앉아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애꿎은 국민들은 딱하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더 아이러니컬한 일은

이렇게 재출마한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이 결과를 보면서 상식과 국민, 그리고 수준이라는 세 단어만 머릿속을 스치운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선진국과 후진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식이 얼마나 잘 통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상식이 통하는 나라인지 아닌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하누가

그 인물이 더없이 훌륭한 인물이었을까? 아니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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