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어떤 뉴스나 혹은 게시물을 읽은 뒤
기사 끝에 꼬리처럼 달린 리플을 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진다.
가끔 지하철에서 신문이란 것을 읽다보면
기사 끝에 나오는, 읽은이의 짧막한 촌평이 없으니 이처럼 심심한 게 없다.
많은 사회적 변화를 만든 인터넷의 문화중
최근 들어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바로 이 '리플문화'가 아닐까 싶다.
비록 리플이라는 것이 한두줄의 짧은 글로 만들어지지만
그 속에는 사회적 여론의 흐름을 담고 있고 또한 촌철살인의 명문장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점도 반드시 따라다니기 마련이어서
마냥 좋기만 한 이 리플문화에도 상당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신의 사이트를 소개하는, 이른바 호객행위다.
이러한 호객행위도 다양한 분류로 나타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인 홈페이지를 소개하여 방문객의 증가를 이용해
홈페이지를 꾸미는데 필요한 '도토리'를 얻고자 하는 호객행위다.
이런 호객행위는 상당히 짜증난다.
'박지성 골장면 있어요'라고 소개하여 가봤더니
골장면은커녕 골때리는 장면도 하나 없는 경우엔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그래도 그 정도면 개인의 만족감만 채워주는 정도니 다행이다.
이러한 호객행위가 피라미드 영업망으로 연결되면
그때는 짜증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위에서 읽은 게시물이
무슨 내용인지도 잊게 하는 커다란 충격이 온다.
아주 후유증이 오래가는 사악한 리플이다.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
한달에 8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구구절절한 사연인데,
끝까지 읽은 적은 없지만 대충 내용만 훑어봐도 참 딱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장사(?)가 과연 되긴 되는지
아직도 심심치 않게 뉴스나 기타 게시물 끝의 리플에 이런 글을 자주 보는 걸 보니
참으로 그것이 알고 싶어진다.
* * *
얼마전 어느 뉴스의 리플에서 읽은 재미있는 호객행위 리플을 소개한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을 더듬으니 내용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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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간혹 사람들이 집에서 인터넷 가입만 하고
한달에 80만원씩 번다고 말하는 사람 있죠?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절대로 믿지 마세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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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정의감 있는 네티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대목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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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그말 다 거짓말입니다. 제가 다 해봤습니다.
한달에 80만원은 못벌지만 60만원 가량은 통장에 들어오더군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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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발상이면 아무리 호객행위라 해도 대단하지 않은가?
아마도 이 네티즌은 이 정도 참신한 발상을 할 수 있다면 뭘 해도 성공할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런 좋은 발상가지고 한다는 게 리플 호객행위인가?
* * *
어떠한 장단점이 공존하더라도
리플문화는 우리네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트렌드다.
때론 이러한 리플에서 여론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고
나아가 여론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이 있다.
그런가 하면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읽는 사람의 무릎을 치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리플문화는 인테넷 문화가 발전되어 가는 감초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에게 있어 인터넷은 단지 메일을 전하고 정보를 찾으며,
데이터를 주고 받는 기본적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만들고 만든 정보를 가공하고
그리고 사회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매체가 되고 있다.
정보가 발달한 나라가 21세기를 앞서간다는 구호가
거짓이 아님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구조의 어두운 면을 투명하게 바꾸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할수록 나라의 힘은 강해진다고 믿고 싶다.
인터넷이 강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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