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영화 <연인>

아하누가 2024. 1. 17. 20:44

영화 <연인>을 처음 본 때는 1991년이었다.
당시 서울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파격적인 섹스신으로 개봉전부터 이미 화제를 몰고 왔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별로 파격적인 것 같지도 않았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는

어째 사람들 많은 극장에서 그런 장면을 봐야 한다는 게
탐탁치 못해 상영시간 내내 그리 편안한 기분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기억 속에서 사리진 그 <연인>이 다시 떠오른 것은
그 영화가 개봉된지 10년도 훨씬 더 지난 후였다.
당시 베트남을 방문하던중 가이드북에나온 한 페이지에 눈이 멈췄다.
한 고등학교 건물이 영화 <연인>의 배경이었다는 설명을 보자
10여년전 그 영화가 다시 떠올랐다.


당시 주인공인 제인마치가 학교를 마치면 남자 주인공인 토니륭(양가휘)가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그 학교가 베트남 호치민시에 있는 레홍퐁 하이스쿨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즉시 그곳을 찾았다.
학교 정문을 보니 기억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던

영화의 몇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날이 일요일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얀 색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다.
영화가 누구에 의해 이렇게 만들어지고 줄거리는 대략 이런 식이고...
하지만 그리 정확한 기억은 내게 전혀 없었다.

 

 

 

 

 * * *

 

 

 

 

얼마전 강원도에서 머물 때 어느 위성방송에서 영화 <인연>을 방영했다.
여주인공 제인 마치가 하교하는 장면,
바로 내가 가 본적이 있는 그 학교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보다
아주 새로운 감상에빠지고 말았다.
영화 개봉 당시 논란이 있었던 외설과 예술의 시비가 떠오를만큼
파격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다. - 당시의 시각으로는 정말 파격적인 장면이다 -
그러나 극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장면들이 가위질이 된 셈이고,
다시 말하면 영화를 본 사람이  영화를 통해 감동을 얻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면들이 잘려 나간 셈이다.

 

 


그동안 섹스 장면이 대표되는 영화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는 '섹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인간의 본선과 철학이 어쩌구 저쩌구'하는 식의
진부한 해석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연인>은 다르다.
아마 섹스를 아름답게 표현하라면 이것이 정답이 될 것이다.
야하나 추하지 않고 충격적이나 아름답다.

가끔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에도 재평가를 해야 한다.
아마도 얼마나 많은 멋진 것들이 대수롭지 않은 선입견으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을까.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스쳐가는 작은 정성도 반드시 한번씩은 되짚어보고
감사를 표해야겠다.
어떤 일이든 15년이 지나 다시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있을 때 잘하고 잘할 때 지켜야 한다.

 

 


15년이 지나서야 똑바로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은 아마
이 영화 <연인>이 내겐 마지막일 것이다.
당장 눈을 주변으로 돌려 잘 살펴보자.

놓치고 지나치는 아까운 것들이 더 없는지.

 

 

 

 

 

 

 

 

 

 

 

 

 

아하누가

그리고 베트남의 그 학교는 몇번 더 방문했다.

 

'유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플문화와 호객행위  (0) 2024.01.17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경쟁력  (0) 2024.01.17
외국가수의 내한공연  (0) 2024.01.17
기하급수와 산술급수  (0) 2024.01.17
삼국지와 축구감독  (0)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