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기하급수와 산술급수

아하누가 2024. 1. 17. 20:40

 


듣기만 해도 골치가 지끈거릴 것 같은 저 어려운 수학용어를
불행히도 나는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두 단어를 정리하면 이렇다.
산술급수란 숫자를 반복해서 더해서 나오는 크기이고,
기하급수란 숫자를 반복해서 곱할 때 나오는 크기다.
한마디로 기하급수가 산술급수보다 증가범위가 상당히 커진다.
이러한 용어를 언제 어떻게 써먹으려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잊지 않은 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 눈치 챘겠지만 이 용어의 사용은 인구의 증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당시 인구증가정책과 이에 대한 홍보가 절정을 이룸으로써
각종 매체에는 산아제한과 관련된 포스터와 표어가 넘치고 있었다.
아직도 계몽표어로는 대명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비롯,
하나만 낳자고 알리는 표어 ‘이웃간의 오누이’ 등이 있었다.
산아제한을 알리는 포스터는 대부분 부모가 한 자녀를 안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고,
학생들의 그림솜씨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포스터는
주로 한반도가 사람머리로 가득 차서 넘치게 되는 그림이

주된 디자인의 요소로 쓰였다.

 

그러한 포스터는 산아제한 정책의 업그레이드판인 피임홍보에 또 다시 등장,
모양은 같으나 그림 위에 커다란 고추가 등장하고
눈에 잘 뜨이는 부분에 아련한 원망투의 표어가 마무리를 장식했다.

 

 

‘고추 하나 때문에....’

 

 

어디 그 뿐인가?
TV프로그램에서는 캠페인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자꾸만 증가하여 이곳저곳이 폭발하는 섬뜩한 장면을 남발했고
방송마다 산아제한이 마치 인류 생존의 유일한 돌파구인양

시도때도 없이 떠들어댔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일들이다.
대략 30년이 지난 지금 사회는 전혀 다르게 변하여
30년전 당시에는 상상도 못할 홍보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번엔 산아제한이 아니라 출산을 장려하는 상황으로 정반대로 바뀌었으니
감히 미래를 예측한다는 일은

사람의 힘으로는 쉽지 않은 일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30년만에 상황은 극단적으로 바뀌었지만 그 원인이 자못 궁금하다.
산아제한 정책의 성공일까?

 

 


30년전의 나는 그 어린나이에도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염려했었다.
그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에 대한 해별 방법으로
전쟁, 천재지병, 불치병의 전염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생각했다.
이러한 커다란 ‘사건’이 있지 않고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억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 아니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커다란 사건 없이 산아제한은커녕

출산장려정책을 써야 할 지경에 이른 가장 커다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간단한 이유가
그토록 고민하던 문제를 너무도 말끔하게,

너무도 싱겁게 해결해버린 것이 아닌가?

 

 

 

 

 * * *

 

 

 

 

요즘 TV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프로그램이 인기다.
좋은 음식을 찾는 프로그램도 관심을 받지만
나쁜 음식에 대한 뉴스도 이에 못지 않게 관심거리다.
언론의 보도만 놓고 보자면 세상에 먹을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고기, 과자, 채소, 과일....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정답이 없다.
순간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 특징을 감안한다 해도
현재의 먹거리는 너무나 불안한 상태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이 현실에 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이처럼 난감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렇다면 결론은?

 

 

그냥 먹자. 이주 기분 좋게 먹자.
기분 좋게 먹는 심리적 안정이 음식에 대한 불안함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다.
인구증가를 적정선에서 멈추게 할 자율조절 능력도 있듯
우리의 신비한 몸 구조 또한 음식물을 자체적으로 정화시키는

훌륭한 능력이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고민 중에는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 의외로 많다.
어쩌면 세상의 고민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자신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병이란 사람의 고민이 만든다.

 

 

 

 

 

 

 

 

 

 

 

 

아하누가

요즘은 출산을 장려하는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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