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장면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가맹관이라는 유비의 군사적 요충지가 조조의 장수 장합에게 공격받아
함락될 위기에 몰리자 유비는 즉시 구원병을 파견하기로 한다.
누가 적임자냐고 제갈공명에게 물으니
공명은 현재 낭중에 있는 장비를 불러와야 한다며 호들갑을 떤다.
옆에 있던 한 참모가 현재 성도에 많은 장수들이 있으니
그들중 한사람을 보내지고 제안했지만 공명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장합은 위의 이름난 장수요.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니외다.
익덕(장비)을 빼고는 그를 당해낼 만한 사람은 없소"
완전히 성도에 남아 있는 장수들을 무시하는 말.
그러자 문득 장수들 중에서 한 사람이
분을 못 이긴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 나왔으니
이가 바로 노장 황충이다.
공명이 그런 황충을 비웃듯 말했다.
"한승이 비록 용맹스럽다 하나 이미 늙으셨소.
장합을 당해낼지 실로 걱정되오."
그리고 또 한번 황충의 속을 살살 긁는다.
“이미 칠순에 가까웠으니 늙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소?”
그 뒤로 황충이 그 자리에서 강궁을 부러뜨려 힘을 과시했다거나
후에 가맹관으로 달려가 적군을 싹쓸이했다는 얘기는
당연한 얘기이므로 생략한다.
삼국지의 이 대목을 보면서 요즘의 한국축구가 생각난다.
외국인 감독을 통해 선진축구의 기술적이고 전술적인 면을 지도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정서적으로 다른 문제로 발생하는 지도력이 문제였다.
그러나 이미 이전에 히딩크 감독을 통해
그가 얼마나 동양적 감성으로 선수들의 통솔했는지 잘 알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와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기술과 전술, 그리고 체력은 이미 경기 이전에 완성되어야 하고,
비록 완성되지 못하더라도 경기는 치러야 한다.
따라서 감독이 할 수 있는, 감독이 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가
선수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사기를 북돋는 일이다.
특히 그 방법은 가장 자연스러운 정서에 의지하여
스스로 발생하는 의욕과 투지여야 효과가 있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 감독은 가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본프레레 감독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의욕과 전의를 불태우는 일,
그것이야 말로 감독의 역량과 의무 중에 가장 큰 것인데
이를 소홀히 한지 않았나 걱정된다.
체력과 전술은 훈련을 통해 다듬어지지만
투지와 의욕은 심리적인 면에 좌우된다.
속을 살살 긁어 전의를 불태우게 하던,
잔뜩 격려를 해서 자신감을 얻게 하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심리적인 면을 조율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감독의 책임일 것이다.
갑자기 본프레레 감독은 물론
우리나라 축구 감독들에게 삼국지를 권해주고 싶다.
아하누가
축구감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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