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나에 살던 고향은 예술에 전당보다 낳다?

아하누가 2024. 1. 17. 20:34

 

제목에 쓴 글을 자세히 읽으면 눈이 휘둥그레 진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대한민국 교육열기의 결과를 완전히 비하시킨 사례며
또한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쉽다는 우리 한글의 품위를

2단계 하락시킨 발칙한 문장이다.
어디 그뿐인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도합 9년의 의무교육 제도를 완전히 무시한
사악한 문장이 되어 버린다.

과연 이 문장이 한글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쓴 글일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자신의 의사전달을 문자로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보니 문자로 구성되는 문장의 완성을 위해 맞춤법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선 누구하나 자신있게 손들고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굳이 문법을 들고 나서서 제한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우리나라 말 뿐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의 국민도 이로부터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말에는 띄어쓰기라는 골치아픈 규칙 아닌 규칙이 있어
선뜻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에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띄어쓰기 같은 애매한 규칙에 의한 실수는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밖의 기본적인 철자가 틀리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는 요즘이다.

 

거기까지도 그렇다고 치자.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문자의 오류가 생기는 일이 하도 잦아져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틀린 글자를 읽게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의'와 '에'의 혼동이다.
아무리 생각없이 글을 쓰는 인터넷이라도 그렇지
어찌 '나의'라고 써야 하는 곳을 '나에'라고 뻐젓이 표현할까?
이렇게 설명하면 듣는 사람들은 그럴 리 없다 하겠지만
이런 오류는 집어내기도 지칠만큼 수없이 많은 문서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 실수로 눈감아주기에도 지겹다.

 

 

'에'와 '의'의 구별을 못하는 실수에 버금가게 자주 나타나는 것이

'낫다'와 '낳다'의 구별이다.
'낫다'는 병이 치유되었다 또는 A보다  B가 낫다고 비교할 때 쓰는 단어다. 
'낳다'는 사람이나 동물이 애를 낳거나 알을 낳을 때 쓰는 단어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단어는 모두 '낳다'다.
A보다 B가 낳아도 '낳다'며, 병이 나아도 '낳다'다.
이것은 정말 대책없는 실수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받아쓰기라도 실시해야 할 것 같은 심각한 상태다.

 

 

어디 이 뿐이겠나.
한시간만 인터넷을 뒤지며 일반 네티즌들이 쓴 글을 찾아보면
이같은 사례는 너무나 많이 찾을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영어교육에 치중하느라 국어교육이 부족해서?

아니면 예전에 배운거라 잊어버려서?
아니면 누가 따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글쎄.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다 문득 오래된 TV방송을 다시 보며
이런 현상의 원인을 발견했다.
오래전 TV에서 방영된 어떤 프로그램을 다시보니

북한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그 때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무심코 듣다 무릎을 딱 칠 일이 생겼다.
문제의 원인은 바로 발음이다.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음 'ㅔ'와 'ㅐ'를 구별하여 발음하지 못한다.
아무리 애를 써서 두가지를 차별하려 해도

정확하게 구분할 정도로 발음하지 못한다.
'내가'와 '네가'를 아무리 힘주어 말해도 두가지 발음을 구별할 수 없다.
듣는 사람도 가려들을 수 없으며 말하는 사람도 가려 말할 수 없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ㅔ'와 'ㅐ'가 발음은 같으나

의미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그 문제의 방송중 북한 방송의 장면에서

그 의문은 확실히 풀어진다.
발음이 촌스럽고 투박해서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로나 쓰이는

북한 주민들의 발음은
아직도 'ㅔ'와 'ㅐ'. 그리고 'ㅔ'와 'ㅢ'를  선명하게 구별하여 발음한다.
문제는 그점이다.

 

우리가 발음하고 있는 'ㅔ'와 'ㅐ'는 당연히 구별하기 어렵고
요즘들어 'ㅢ'는 점점 'ㅔ'에 가까와지고 있으므로
발음상 귀에 들리는 대로 단어를 적자니

나에 살던 고향이되고 예술에 전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우리에게는 'ㅔ'와 'ㅐ'의 발음은 달랐다.
그 사실은 TV를 보며 북한 뉴스 나올 때 귀 기울여보면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아직도 예전의 그 발음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원래 'ㅔ'와 'ㅐ'는 선명하게 다른 것이다.
영어원주민의 bed와 bad 발음을 들으면

두 모음이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는 사실 또한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 *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영어발음에만 신경썼다.
조금 더 혀를 구부리고, 조금 더 부드럽게 굴려

미국인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했지
정작 우리말을 정확히 발음하려는 노력을 한 적은 없었다.
원인은 안이하게 대처한 교육정책에도 있고

그런 교육만 받은 자격없는 방송인이
영향력 최고인 TV프로그램에서 생각없이 떠들어댄 이유도 있다.

정확한 우리말 표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음이다.
발음이 되지 않는다면 표기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 말 우리 글이 왜 중요한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우리 말 발음이 언어의 사회적 변화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해간다면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언어를 배우기 위해 등한시되었기 때문에 변해간다면

이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아하누가

예전부터 관심 많았던 분야......

 

 

'유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도와 일본  (0) 2024.01.17
이창호  (0) 2024.01.17
시내버스 디자인에 대한 단상  (0) 2024.01.17
공포뉴스, 희망뉴스  (0) 2024.01.17
싱겁게 선정된 올해의 인물  (0)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