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싱겁게 선정된 올해의 인물

아하누가 2024. 1. 17. 20:24

 

해마다 연말이면 각 매스컴에서 그 해에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다.
그 주요 사건에는 항상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여

올해의 인물이란 타이틀을 차지한다.

 

본 칼럼도 이러한 사회적 추세와 분위기에 편승하여 올해의 인물을 선정,
그의 공로와 업적 내지는 화제가 될 만한 활약상을 다시 그려보기로 했다.
더욱이 칼럼 자체가 진지한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칼럼이므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뻔히 알만한 인물이 아니라

나름대로 획기적인 인물,
드러나지 않게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

뭔가 골 때리는 인물을 선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와 제도권 사회를 통틀어

워낙 이름을 떨친 발군의 인물이 있어
당초의 계획을 모두 백지화시킨 채

그냥 이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 그냥 먹고 떨어지라고 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인가? 묻고 답할 필요도 없다.
올해의 인물은 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다.
대략 10여년전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계 언론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무지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건지 안 지난 건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도 조지 부시라니 이게 웬 역사의 장난인가.

 

 

올해의 인물에 대상을 받으려면 적당한 라이벌도 있어야 하고,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 비스무리한 투표도 거쳐야

갖출 것을 제대로 갖추게 되는 셈인데
처음부터 라이벌도 없는 일방적 독주여서 매우 싱겁다.
작년인 2002년만 하더라도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쌍두마차로 눈 터지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라면 모두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는 사건과 인물이니

나름대로 의미도 찾을 수 있고 역사성도 부여할 수 있지만

이거야 원 별로 달갑잖은 외국인이 또 다른 외국과 전쟁한 사건으로
너무도 쉽게 올해의 인물이 되어 버리니 왠지 짜증난다.

올해의 인물이 과연 뭘 했길래

본 칼럼을 비롯하여 전세계의 각종 매스컴에 논란의 여지도 없이
올해의 인물이란 엄청난 상을 받았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자.

 

 

 

올해 3월 20일 새벽 5시 43분(바그다드 현지시간)

조지 부시의 공격 명령에 의해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은 3월에 시작했지만 그 이전에도 전쟁을 한다 안한다,

유엔 결의안을 수용한다 거부한다 등
전쟁 개시 전에 이미 지나칠 만큼 화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파병 문제로 인해 이라크 전쟁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리고 후세인이 자신의 은신처에서 생포된 날이 올해 12월 13일이었으니
일년 내내 이라크 전쟁과 조지 부시가 뉴스에 등장한 셈이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아직 상황이 끝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별로 삶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본 칼럼에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수밖에 없었다.

본 칼럼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올해의 인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핵심 내용은 세가지다.

 

 


우선 첫번째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사건이다.
부시 미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킨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이라크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를 찾는 것이었다지?
그런데 전쟁을 일으킨 이유를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자기만 대량살상무기 때문이라고 우겨대니 참으로 딱한 상황이다.
그리고 자기들은 이번 전쟁에선 실험(?) 삼아

열화우라늄탄을 한번 쏴보고 전자폭탄의 성능을 테스트해보겠다고 했다지?
전쟁이 시작된 후 모두가 예상한대로

대량살상무기는커녕 먹고 죽을 살충제도 없었다고 하니

이것도 보기에 딱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부시는 많은 사람들을 웃겼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올해의 인물에 충분히 자격이 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사람 웃기기 힘들다.

 

 

 

두번째는 전쟁중이던 11월 27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바그다드를 방문하여 깜짝 쇼를 펼친 사건이다.
이런 깜짝쇼는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든 장면인데

고맙게도 방송사와 긴밀히 연락하여 생생한 화면을 잡아줘서
서울의 한 변두리에 사는 사람에게까지 볼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올해의 인물로 손색이 없다.
쥐새끼처럼 살짝 들어가 깜짝쇼 한 번 하고 군인 몇 명과 얘기 나누는 사진 찍고,
한 번도 잡아본 적 없을 것 같은 커다란 국자를 들고

식사 배식하는 사진도 찍었으니 쇼 치고는 대단한 버라이어티 쇼였다.


그날 상대당의 힐러리가 이라크를 방문한다니까 부리나케 달려갔다는데
대충 그날의 일정과 뒷얘기를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올해의 인물로 굳혀주는 데 손색이 없는 사건임이 분명해졌다.

마지막으로 지난 12월 13일.

대를 이은 가문의 웬수 후세인을 잡았다고 기세가 등등했으니
올해의 인물에 무리없이 선정되는 쐐기를 박은 셈이다.
포로 후세인의 초라한 모습 화면에 비춰주며 으시대니 이런 재밌는 장면은

세계 각 방송에서 놓칠 수도 없다.

 

 

이렇듯 2003년의 마지막까지 조지 부시를 안보면

뉴스가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 이어졌으니 올해의 인물로 손색이 없다.
1년 내내 걸핏하면 TV화면에 스파트 뉴스가 나오고

재미없어질 만하면 깜짝쇼를 해댔다.
그래서 단호하고도 과감하게 본 칼럼에서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싱겁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조지 부시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세계 유수의 언론 매체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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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올 한해 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인물들이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고 직장인들의 술안주가 되었으며
동네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화제가 되었다.
한해 동안 가장 많은 화제를 일으킨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 사는 맛도 나고 희망도 생기도 기분 째지는 일도 많아진다.
내년엔 아주 멋진 '올해의 인물'을 기대해본다.

멋지지 않다면 골 때리는 인물이라도 좋다. 웃기는 인물도 좋다.
아마 내년엔 그 기대를 저버리진 않을 것이다.

누가 되든 부시보다는 나을 것 같으니까.

 

 

 

 

 

 

 

 

 

 

 

 

 

 

 

아하누가

저 당시에는 미국을 비웃으면 썼는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