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로또에 당첨될 엄청난 확률

아하누가 2024. 1. 17. 20:23


언제나 연말이면 분주해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다음해 달력 만드는 곳이 그럴테고 연하장 만드는 곳도 그러하며,

다이어리 만드는 곳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각 방송사나 신문사에서도 연말특집이라는 미명 아래
한해를 정리하는 내용을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재탕하니

나름대로 연말 특수를 누리는 곳이다.

 

 


따라서 본 칼럼도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지난 한해동안 가장 사람을 웃겼던 일들을 골라
양심에 털난 채로 우려먹을 예정이다.

 

 

올해는 무슨 말들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을까?
얼마전 보도를 보니 한해 동안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로또-이효리-누드 순이라 한다.
본 칼럼은 쫀쫀하게 2등 이하는 논하지 않고 일등하고만 노는 고품격 칼럼이므로
당당히 일등에 뽑힌 로또에 대해

영양가 없고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을 풀어보도록 한다.
누차 반복하지만 본 칼럼은 심각한 내용을 다루는 코너가 아니므로

칼럼에 나오는 내용을 근거로 대학 논술고사나 국가고시, 취업 시험 또는

각종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무모한 일은 삼가하도록 하자.

 

 

 

한해 동안 로또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한번에 4백 7억원의 당첨금을 받은 당첨자가 나왔으며

단 하루동안 7백68억원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한해 동안 일등에 당첨된 사람만 200명을 넘어섰으며

일인당 평균 당첨금이 40억원을 넘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수치상으로 나타난 기록이라면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진기록도 있다.

 

 


어떤 아주머니는 꿈속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근거로 숫자들 만들고 조합하여
60장의 로또를 구입해서 3, 4, 5등에 모두 맞았다.
이 이야기는 당시 뉴스의 머릿기사로 나오는등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복권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그런 화제들이 모두 맞은 사람의 이야기지 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당첨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당첨되는 사람이 있긴 있다는 말이니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되며, 이 논리는 또 다시

로또를 구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한해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집중시켰던

로또의 당첨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바로 이 이야기를 하려고 주절주절 긴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수학적으로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정확히 8백14만5천60분의 1이다.
이 확률은 매주 10만원씩 로또 복권을 산다 해도 자손 대대로 3120년 동안 사야
한번 1등에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이라 한다.
그러나 이런 확률이야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숫자 관념에 익숙치 않다.
그 확률을 설명하려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황을 곁들여 예상해보자.

 

 

 

 

 ◆로또에 맞을 확률 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들
 1. 벼락맞아 죽을 확률

 2. 지갑을 잃어버리고 다시 되찾을 확률
 3. 콘돔을 사용하여 성관계후 임신할 확률
 4. 앰뷸런스가 교통사고 당할 확률
 5. 토성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확률
 6. 길을 걷다 새똥에 3번 연달아 맞을 확률
 7. 무면허 운전자가 단속에 걸릴 확률
 8. 군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
 9.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
10. 골프에서 홀인원에 성공할 확률
11. 열심히 노력해서 100억원을 벌 확률
12.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
13.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과 결혼할 확률
14. 세븐 포커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잡을 확률

 

 

 

◆로또에 맞을 확률과 거의 비슷한 가능성을 가진 상황
1. 벼락맞아 응급차에 실려가다 그 응급차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다른 응급차로 옮기던중 또 벼락에 맞을 확률
2. 하루동안 똑같은 자동차에 5번 치일 확률
3. 에이즈 환자를 문 모기에게 물려 에이즈에 걸릴 확률
4. 지금 보고 있는 모니터에서 갑자기 전자파가 흘러나와 뇌가 마비될 확률
5. 지구로 떨어진 화석(별똥)에 맞을 확률

 

 

 

◆로또에 맞을 확률보다 어려운 가능성을 가진 상황
1. 정자에서 사람으로 탄생할 확률

2.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벌에 쏘일 확률
3. 블랙홀이 지구를 빨아들일 확률
4. 대통령이 될 확률
5.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이 바뀔 확률

 

 

 

 

       *          *          *

 

 

 

 

한해 동안 로또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가끔씩 일어나는 웃지못할 많은 일들은 뉴스의 주요 기사로 자리잡았고
또 점심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의 즐거운 화제가 되었다.
일년 동안 로또로 인해 가장 웃긴 기사가 무엇인지 찾아보다

유독히 눈에 띄는 기사를 찾았다.

 

 


로또가 사행심을 만연시키고 한탕주의를 조장한다 하여

정부가 당첨금의 이월횟수를 제한하고
일등 상금을 제한하거나 구입가격을 낮추겠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국민들이 로또의 환상에 빠져 생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도대체 누구의 판단인지 모르겠다.
한탕주의에 빠지는 일부의 사람들은 당연히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 사람들은 굳이 로또가 아니어도
다른 한탕주의에 빠졌을 것이며, 또한 그런 사람마저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애당초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매번 나오는 정부의 방침이 우매한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것 같아 별로 달갑지 않다.
대다수 국민들은 저 어려운 확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큰 기대도 큰 희망도 걸지 않는다.

그저 행복한 상상에 달콤하게 빠져 힘든 일들을 잠시 잊으려 할 뿐이다.

 

 

 

 

 

 

 

 

 

아하누가

스포츠신문 의뢰로 쓴 글인데,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