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도 뭔가 흥밋거리가 있으면
빠짐없이 쫓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여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옷을 벗고 사진을 찍은 연예인의 말처럼
누드 사진이란 것이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생사고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불행히도 그런 품격 높은 발상은 전혀 떠오르지 않고
단지 흥밋거리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누드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수건으로 질끈 동여매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절벽 아래서 좌선하며 도를 닦을 필요는 없다.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을 벌 생각이 아니라면 구태여 비닐 랩으로 칭칭 동여맨 화보집을
출판할 리도 없고 돈 들여가며
조그만 핸드폰 액정 화면으로 보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당연히 정답이다.
너무도 당연한 정답이니 그 정답은 기본으로 깔아두고
누드사진을 찍는 연예인들을 유형별로 분석해본다.
그리고 그 분석에 의해 누드가 조국통일에 주는 영향,
누드가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 등도 분석하고 싶지만
본 코너는 그런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코너가 전혀 아니므로 과감히 생략한다.
이렇듯 평소에 선망하던 연예인이 옷을 훌러덩 벗는다는,
자극적인 주제가 오가는 긴박한 순간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고 핵심을 집어내는 본 칼럼은 매우 유익하다.
1. 몸부림형
말 그대로 그저 몸 하나로 버티는 형이다.
연기력도 모자라고 가창력도 모자라
연기도 못하고 가수도 못하니 뭐 어쩌겠나. 그냥 벗어야지.
이런 경우를 빗대어 옛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훌륭한 표현이 있다.
몸으로 때운다는 말이다.
이런 훌륭한 교훈을 몸소 실천하여 선조의 지혜를 되새기니
이런 유형은 나름대로 교훈적이라 할 수 있다.
2. 인기회복형
한 때 제법 인기를 끌었거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그 약발이 떨어졌을 때 과감히 시도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누드 사진만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이미 인기가 없어
오히려 누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딱하게 느껴지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공통점은 잘 나갈 때 한두 번 쯤 누드 사진 제의를 받았으나
잘나가던 인기에 도취되어 매번 튕겼던 전력이 있다.
뒤늦게 인기를 만회하려고 옷 벗고 덤벼들었지만 이미 전성기를 지나
벗어야 볼 게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다.
3. 국면전환용
다분히 정치적인 면이 가득하므로 연예인이 아니라
정치가가 되었어도 성공했을 것만 같은 유형이다.
왕년에 한 두 차례 반 사회적 범법 행위에 연루되어 실추되었던 이미지를
새로운 화두로 전환시켜 단칼에 변화를 꾀하자는 부류다.
다른 유형에 비해 비교적 커다란 목적 한 가지를 건지는 데 성공했다.
누드 사진을 찍는 다양한 유형 중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제 또 다른 이미지로 굳어졌으니
그 이미지는 다음에 무엇으로 바꾼담?
그거 참 고민 되겠네.
4. 성별확인형
매우 특이한 경우이긴 하나 이런 경우도 있다.
자신의 정확한 성별을 직접 확인시켜주기 위해 누드 사진을 찍는 유형이다.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문제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될 걸 괜히 나서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이다.
5. 생계유지형
아직까지 이런 이유로 누드 사진을 찍는 연예인은 없다.
* * *
누드 사진은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민감한 주제를 두고 외설과 예술이라는 모호한 틈과 자극적인 단어를 이용한
충격효과를 노리는 누드라면
누드라는 단어는 점점 사람들에게 왜곡되어질 것이다.
이런 누드 열풍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벗으려면 조용히 벗자. 볼 사람만 알아서 볼 수 있게 말이다.
아하누가
예전부터 누드사진에는 관심이 없다. 아마도 이 글은 스포츠신문의 의뢰로 쓴 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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