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장갑이 있다.
일명 목장갑이라 하여 망치질을 하거나 이삿짐을 나를 때,
또는 자동차 보닛을 열 때 사용하는 장갑으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한 목장갑 중에서도 흉칙할 만큼 새빨간 고무판이
손바닥 부분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장갑이 있다.
이 장갑은 기존의 목장갑이 하는 기능과 같은 일을 하지만
그 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놀라운 효능을 보여준다.
이 장갑을 손에 끼우면 누구나 즉시 맥가이버로 변신하여
놀라운 집중력과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 국적불명의 명 발명품(그러나 거의 순수한 국내기술로 창조된 것으로 예상되는)인
이 장갑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빨간 목장갑의 기능은
단순히 기존 목장갑의 파워증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장갑의 다양한 기능은 사회 곳곳에 응용되고 있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 성질 급한 네티즌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서론은 여기서 멈추고
빨간 목장갑이 사회 곳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사례별로 살펴보자.
1. 아마추어 축구동호회 골키퍼 김 선방 씨
김 선방씨는 동네 축구팀의 골키퍼다.
그런 그가 축구회 회비로 지급된 골키퍼 장갑 구입비 4만원을
놀라운 마술을 이용해 알콜로 분해시켰다.
그리고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바로 이 빨간 목장갑.
일반 골키퍼 장갑에 비해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빨간 고무 부분의 마찰력이 뛰어나 연일 선방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의 선방 요인으로 상대편 선수의 방심을 1순위로 꼽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2. 싱글에 올라선 아마추어 골퍼 구 미장 씨
전직 목수인 구 미장 씨는 동종 업계에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
그런 그가 골프에 입문한 지 10년이 지나도 싱글 대열에 오르지 못하자
오랜 고민에 빠졌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그 원인은 바로 손에 익지 않은 골프 장갑.
그것이 주 원인이라는 확신을 가진 구 장미 씨는 어느 날
필드에서 자신에게는 매우 친숙한 빨간 목장갑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비거리와 정교한 아이언 샷, 그리고 정확한 퍼팅으로
일약 싱글의 대열에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다.
더불어 장갑 때문에 가끔 주변을 웃기기도 한다.
3. 목욕 매니아 이 태리 양
결혼을 앞둔 직장 여성 이 태리 씨는 목욕을 하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목욕 매니아다.
그러나 피부가 약한 특이한 체질은
때미는 수건(속칭 이태리 타올)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했다.
이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빨간 목장갑.
빨간 목장갑을 손에 낀 채 마사지 하듯 때를 밀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아
고민했던 피부관리에 성공했다.
4. 공포 영화감독 서 수변 씨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공포 영화감독 서 수변.
그가 저예산 영화로 공포물의 극치를 보여줄 수 있었던 중요한 소품이
바로 이 빨간 목장갑이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피를 흘리는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빨간 목장갑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특히 현장의 세트 담당자들의 장갑을 즉시 수거하여 사용함으로써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국민적 소품임을 예찬했다.
* * *
빨간 목장갑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착용하는 순간 사회적 신분이 5단계 강등되므로
주로 작업 현장에서 사용된다.
어디서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것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요긴하게 사용하면서도
단지 싸다는 이유로 그 효능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
유용함을 알면서도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홀대받고 천대받는 것이
어디 빨간 목장갑뿐일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이 비싸야 더 잘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눈치와 겉멋에 치중한 기형적인 소비형태는
언젠가 커다란 손해를 불러 올 것이다.
가장 흔한 것에서, 가장 평범한 것에서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세상 모든 것들의 정확한 가치가 제대로 인식된다.
더불어 세상 모든 사물의 정확한 가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
내 자신의 가치도 정확히 알게 된다.
그때가 되면 아마 도통한 현자들처럼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흔하다고 홀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요하니까 흔한 것이다.
아하누가
내가 쓴 글이 아닌듯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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