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은 생활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한 변화로 인해 세 명이 모여야 비로소 경기가 시작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고스톱은
달라진 생활 패턴의 피해자가 되어 점차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마치 인터넷을 기다렸다는 듯 고스톱은 인터넷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그전보다 그 열기가 더 뜨겁게 살아나고 있다.
세 사람 이상이 모여 친목을 나누고, 경제생활에 약간의 도움을 주거나 또는
타격을 입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허리가 저려올 정도로 과도한 힘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던
고전적 경기방식은 이제 먼 옛날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인터넷과 어울린 고스톱은
모니터 앞에 앉아 적당한 상대를 골라 손가락만 이용하면
경기가 진행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한 고스톱은
고등수학의 원리까지 기억해가며 힘겹게 이루어지던 점수계산을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해주며, 가끔 흔들었다는 사실을 깜박 잊거나
또 상대방의 피박 광박을 깜박 잊고 넘어갔을 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억울함도 미연에 방지해준다.
그러나 그러한 몇 가지 편의점만 바뀌었을 뿐
기본적으로 가진 원리와 전술, 그리고 경기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고스톱과 인터넷의 궁합이 또 다른 형태의 고스톱 매니아를 만들었다 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스톱의 법칙에는 변화가 없다.
그럼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장황하게 늘어놓은 서론은 이제 마무리하고
고스톱의 법칙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자.
<법칙 1> 남이 싼 건 내게 없다.
고스톱의 백미는 바로 설사다.
흔히 ‘싸다’ 또는 ‘뻑’이라는 용어로 더 잘 알려진 이 규칙은
역전과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고스톱을 치다보면 이상하게도 남이 흥건하게 설사를 했을 때
내가 그 패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얄밉게 설사를 자행한 상대방이 양심도 없이 또 먹어간다.
어느 인터넷 고스톱에서는 자뻑은 피 두장을 가져간다. 성질난다.
<법칙 2> 내가 싼 건 내게 없다.
남이 싼 것도 내게 없고 내가 싼 것도 내게 없다. 귀신도 까무라칠 노릇이다.
<법칙 3> 같은 패 두장을 들고 있고 바닥에 한 장이 있으면 상대가 바로 먹는다.
다른 것도 많은데 하필이면 상대는 그 패를 때린다.
흔히 현장 용어로 ‘강간당했다’는 흉측한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기도 할 만큼
타격이 크고 성질 더러워지는 상황이다.
가끔 바닥에 패가 없어 한 장을 내밀고 그 다음 차례에 그 패를 먹으면
그때는 여지없이 ‘싼다’. 이때 입는 정신적 타격은 처음의 경우보다 훨씬 크다.
<법칙 4> 흔들면 바로 먹는다.
폭탄이라도 날려보려고 같은 패 3장을 끈질기게 들고 버티다
결국 흔들었다고 자수하고 제일 값어치 없이 보이는 한 장을 바닥에 버린다.
이때 상대는 여지없이 그 패를 먹는다.
상대가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가지고 있지 않을 확률보다 작을 수 있는 경우에도
여지없이 상대의 손에서 정확한 패가 나온다. 이해 못할 일이다.
<법칙 5> 폭탄을 때리려고 패가 바닥에 깔리는 순간, 상대는 스톱을 외친다.
드디어 기다리던 폭탄 찬스. 그러나 상대는 마치 내 패를 읽기라도 하듯
조금의 망설임 없이 스톱을 외친다.
인터넷 고스톱에서는 음성으로 스톱이라 외치는데 똑같은 음성이라도
그때는 매우 얄밉게 들린다. 더불어 주로 이 경우엔 대부분 ‘피박’을 쓴다.
<법칙 6> 우려했던 상황은 현실로 나타나고,
기대했던 상황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이 법칙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 * *
이러한 법칙들이 나열되고 고스톱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다져지지 않은 설익은 비유를 하는 것은
이 이야기의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음으로 과감히 생략한다.
가끔 여러 가지 하찮은 것들을 인생과 비교하여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비교도 적당한 것을 비교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비교된다면 우리네 인생은 너무 딱하다.
고스톱은 그저 고스톱이다. 단순오락일 뿐이다.
그런 고스톱에 대해 법칙이 이렇다 저렇다
침 튀어가면서 떠들어대는 이 이야기도 단순오락이다.
재미있었으면 그냥 그것으로 끝내자.
세상에는 정말 중요한 일 참 많다.
아하누가
나는 고스톱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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