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민들이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서도
남들이 하는 것은 빠짐없이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바로 여름휴가다.
약 2주간의 기간에 대부분의 휴가가 맞물려 있어
인파로 인한 많은 고통과 혼란을 겪게 되고
원치 않는 극기훈련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휴가철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휴가기간 동안 피서지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피서지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불쾌감을 느끼게 했는지
그 장면장면들을 응큼하고도 끈적끈적하게 더듬어보자.
우선 피서지에서 불쾌함이 느껴지는 첫 번째 장면은 바로
닭살커플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동네 골목길도 아니고 으슥한 공원의 벤취도 아닌,
하필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인 피서지에서 서로의 신체적 특징을
피부로 확인하려는 닭살커플들이야말로
피서지에서 가장 보기 싫은 장면을 만드는 장본인들이다.
주로 이들의 특징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그 증세를 드러내며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그 정도가 노골적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마치 자신들이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인줄 알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존경과 질투의 눈으로 쳐다 보고 있다는
한심한 착각을 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좋아서 하는 행동인데
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신경을 쓰느냐는,
나름대로 합리적이라 확신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것은 그들만의 생각이다.
우선 그들이 에로영화의 주인공처럼 수려한 외모와
미끈한 몸매를 지닌 것도 아니면서
영화배우들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용서할 수 없는 점이다.
도저히 용서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만약 이들이 듀엣으로 행동하지 않고 한사람만 독자적으로
에로 행각을 벌였다면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저마다의 독특한 컨셉을 앞세운 뒤
이를 잘 관리하면 고정 팬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닭살커플들은 의리가 최고의 미덕인양
항상 둘이 붙어서 듀엣으로 퍼포먼스를 하니
관중석의 반응이 냉랭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이들의 행동이
가장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순간에서 멈춘다는 얄미운 부분이다.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부분은 아껴두었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둘이서만 하겠다는
그 사악함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다.
국민 정서에도 어울리지 않는 행동은 어디서나 욕을 먹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행동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루어지므로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닭살커플들의 야시러운 행동을 혼자만 지켜보게 된다면
이런 경우를 꼴불견이라 칭하지 않는다.
자기가 일부러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이 앞에서 연기를 해주니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는 변태적인 관음증세의 정당성을 만들어주므로
이들은 매우 칭송받는 행위를 하게 된다.
그러나 피서지의 닭살커플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특유의 애정행각을 벌이니
이를 보는 사람들은 이를 흉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이 상황을 즐기지 못하고 흉을 봐야 함이 안타까운 것이다.
전국의 모든 닭살커플들이여.
내년 여름휴가때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잘 분석하여
너도나도 즐거운 피서지 분위기를 한번 만들어보자.
피서지에서 보기 싫은 장면을 하나 더 꼽으라면
말할 것도 없이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고스톱판이다.
사천만의 국민 오락 고스톱.
한때 망국병이라는 원치 않는 호칭을 들으며
매스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되었던 고스톱.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스톱이 가진 폐해를
다른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에게 넘겨주고 이제는 단순 오락 기능으로
제자리를 찾고 있는 고스톱.
이런 고스톱이 피서지에서는 공포로 변한다.
피서지의 고스톱 매니아들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고스톱에
무슨 트집을 잡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 그게 아니다.
고스톱에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엄청난 소음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전쟁의 피난민 수용소나 재해로 인한 이재민 보호시설에 버금가는
인구밀도를 지닌 우리나라의 피서지 상황을 고려할 때
고스톱으로 야기되는 소음공해와
정제되지 않은 단어가 포함된 대화의 남발은
아동 교육은 물론 노약자와 임산부,
그리고 예민한 신경성 조루증 환자 등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고스톱의 현장에서 오가는 대화는 자칫 잘못 이해하면
음란 만화의 대사를 연상케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성적자극을 유발할 수도 있다.
‘쌌어’, ‘쪽’, ‘먹어’ 등으로 대표되는 고스톱 실전의 이러한 대사들은
피서지의 청춘들을 대책없이 선동하여
무계획한 새 생명의 탄생에 일조할 수도 있다.
고스톱은 조용히 치자.
피서지의 닭살커플이나 또는 고스톱 매니아들이야
자신들이 좋아서 한다는 관점에서 가끔은 넉넉하게 용서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불쾌함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피서지의 바가지 상술이다.
약수터 한구석에 운치 있게 자리 잡은 주황색 물바가지도 아니고,
아리따운 처녀가 목마른 나그네에게
버드나무 잎을 띄워 건네주었다는 조롱바가지도 아닌,
이름만으로도 사지가 떨린다는 바로 피서지 바가지.
텐트치는 자리며 돗자리 펴는 자리, 계곡이면 계곡 해변이면 해변
어느 곳 하나 가릴 것 없이
다리 뻗고 누울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자릿세.
어디 그뿐인가?
슬리퍼신고 동네 마트에 가서 1000원에 4개에 살 수 있는 캔커피가
1000원으로 한 개밖에 살 수 없으며, 평소에는 가서 자라고 해도
불편해서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볕 안드는 민박집이며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은 해변의 여관이
서울 시내 초호화 러브호텔 숙박비보다 비싸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피서지 곳곳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이런 바가지들은
일년 내내 먹고사는 일에 지친 우리네 인생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전국의 피서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여.
성수기에 한몫 잡는 것도 좋지만 제발 상식으로 이해되는 장사를 하자.
이러한 피서지의 꼴불견들의 나열은 이쯤에서 끝내고
앞으로는 멋진 휴가,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며
멋들어진 수식어로 아름답게 이 글을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 남은 꼴불견이 있다.
* * *
언제부터인지 그 시작은 알 수 없지만
우리 주변에는 시끄러운 소리를 많이 듣게 되었다.
일명 ‘스피커’라고 칭하며 시도때도 없이 들리는 확성기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듣는데 피서지는 오죽할까.
각종 판촉행사의 도우미 소리, 거기에 곁들어지는 최신 가요의 빵빵함,
스피커를 통해 뽕짝이든 최신 가요든 뭐라도 한 가지는 소리내야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각 업소들,
단체로 놀러왔다면 빠지지 않는 노래방 기계.
거기에 아이들 행사니 단체 미팅 행사까지 있으면 피서지는 온통
소음의 공포에 빠지게 된다.
사람이 조금 많이 모인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타난다.
소음공해는 인간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소음이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못지않게
현대인의 육체적, 신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공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그동안 우리는 소음공해에 매우 관대했다.
소음은 심할 경우 수면장애, 청각장애를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시달릴 경우
정신쇠약 등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소음이 심하면 심장순환계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커다란 소음에 노출된 아이들은 조용한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혈압과 스트레스가 훨씬 높아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어렵게 말하지 말고 간단하게 말하면 시끄러우면 오랜 못산다는 말이다.
생활 주변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소음공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휴식을 위해 찾은 피서지에서라도 이러한 공해에서 해방되었으면 한다.
지긋지긋한 앰프와 스피커 소리는 이제 그만 듣자.
한 가지의 단점은 열 가지의 장점을 상쇄한다.
여름 휴가철 피서지에서 기분 나쁜 일들만 있겠냐만
세상 일이란 나쁜 감정 하나가 전체 기분을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다.
휴가라는 것이 진정 각박한 생활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상큼한 오아시스가 되길 바란다.
또한 다음 휴가 때는 불쾌한 기억을 순위 매겨가며 더듬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또 연인과 함께 눈물이 핑 돌고 코 끝이 찡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휴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아하누가
아직도 피서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2024년 현재. 지금은 참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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