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2년도 저물어 간다.
2002년은 네티즌이란 단어가 사회를 이루는 새로운 계층으로
부각된 해였다.
구분이 모호하지만 분명 다른 성격을 가진 네티즌.
월드컵 열기와 대통령 선거 열기로 가득했던 2002년에는
어떤 일들이 이런 네티즌들을 웃겼을까?
네티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유머 10편을 소개한다.
1. 훈련소에 총 사가지고 오래요.
2002년 10월. 어느 대학교의 포털 사이트에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군 입대를 앞둔 회원이 훈련소에 총을 사가야 한다는 옆집 형의 말을 듣고
총을 어디서 사냐는 질문을 했다.
순식간에 게시판은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글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 질문과 대답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
수많은 네티즌들의 화제가 되었다.
네티즌들의 재기 넘치는 발상과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게시판의 리플 기능(게시물에 짧은 답변을 게재하는 기능)의
특징이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2. 아햏햏 신드롬
네티즌이라면 발음도 망설여지는 이 문자 ‘아햏햏’를 잘 알고 있다.
딱히 감정을 나타내기 애매한 경우를 표현하는 말로,
문자의 구성이나 발음의 논란으로 더욱 주목을 끌었다.
어느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이후 ‘쎄우다’ ‘방법하겠소’, ‘폐인’ 등 네티즌만의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3. 월드컵 열기
기적 같은 월드컵 4강 신화는 네티즌들에게
많은 웃음보따리를 만들어주었다.
대표적인 우스개 하나를 소개하면 -
월드컵 경기가 열리고 있던 날 전광판으로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 야구장에서 수많은 군중이 모였다.
그때 들려온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
‘어린 아이를 찾습니다.
남자 아이로 나이는 여섯 살이고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안타까와야 할 순간이 웃음바다로 변했다나?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너도 나도 붉은 티셔츠를 입었던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4. DJ와 부시의 전화통화
종전의 네티즌 유머는 모든 것이 텍스트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점점 오디오와 비디오를 이용한 유머들이 인기를 끌더니
결국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대박이 터졌다.
현 대통령의 목소리를 모사하여
F-15 문제를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로 대응함으로
불만에 가득한 국민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 방송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진행자가 공중파 방송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5. 빈 라덴의 무죄판결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사건의 재판에서
가해자 측근이 배심원에 배석되어
그 사건의 피의자인 2명의 미군병사가 무죄로 판결되자
전 국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 한 네티즌은 알카에다 요원이 배심원으로 참석한 재판에서
빈 라덴이 무죄를 선거받았았다는 절묘한 풍자로
네티즌의 공감을 유도했다.
6. 어느 대학교수의 엽기 시험문제
어느 대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
<미술의 이해>라는 과목의 시험문제에서
출제자는 기상천외하고 기기묘묘한 문제들을 출제한다.
얼핏 미술의 이해와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전혀 관계없을 듯한 문제들을 제출하여
모든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했는데....
이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이후 이 사건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도 세상에 알려졌고
급기야 문제 출제자는 학교측의 징계를 받았다.
7. 우격다짐 열풍
TV 코미디 프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한 개그맨의 화법이
네티즌들의 패러디 붐으로 이어졌다.
선거의 특정후보를 비방하는 패러디부터
미군병사를 비난하는 패러디까지 갖가지 화제들이 난무하여
네티즌이라면 우격다짐식 화법쯤은 알고 있어야
대화가 원활해지게 되었다.
8. 어느 여고생의 변신
네티즌의 유머는 동영상으로 계속된다.
어느 영상 노래방 사이트에 올려진 여고 3년생이 그 주인공.
얌전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던 여학생이
두 번째 세 번째 음악으로 갈수록 기가 막힌 변신을 한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여학생이 속칭 군바리춤과 아줌마춤,
그리고 전국노래자랑춤으로
변신을 하는 과정이 압권이었다.
이 동영상은 순식간에 퍼져 네티즌들이 배꼽을 잡았다.
이 여학생은 결국 유명세를 타게 되어 각 언론의 인터뷰 표적이 되었다.
9. 오노 신드롬
2월에 있었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쇼트트랙 스타 김동성이
일본계 미국인 안톤 오노 야비한 행동으로 금메달을 실격당하자
전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이에 네티즌들은 풍자와 비평, 각종 패러디로 대응하여
억울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후 6월에 열린 월드컵의 대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안정환 선수의 골 세레모니에서 그 정점을 이루었다.
10. 개벽
네티즌의 유머는 텍스트에서 미디어로 넘어가는 추세다.
그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디지털카메라의 빠른 보급이었다.
많은 네티즌들이 디지털카메라를 보급하게 되어
세상의 재미있는 일들은 바로 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라오게 된다.
따라서 네티즌의 유머도 누가 더 재치있고
유머감각이 있는 사진을 올리는가로 평가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 개벽 사건이다.
어느 가정집 담벼락 틈에 얼굴을 반쯤 내밀고 있는 강아지를 포착한 이 사진은
‘개벽’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개와 벽이란 뜻이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전국의 엽기적인 실제 사건을 생생한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밝아오는 2003년에는 어떤 웃기는 일들이 벌어질까?
아하누가
2002년에 쓴 글인데, 몇 개의 유머코드는 2013년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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