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칼럼

청바지

아하누가 2024. 1. 17. 20:08


많은 사람들이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청바지를 즐겨 입는 이유는 당연히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바지라는 옷은 과연 활동하기에 편한 옷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청바지의 편안함은 활동의 편안함이 아니라 
의상으로서의 편안함을 말하는 것이다. 
 

길바닥이나 공원 잔디밭, 건물 계단 등 아무 곳이나 앉을 수 있다는 
자유로운 특성이 있는 옷이며, 이것이 주는 의미 때문에 
특별히 복장에 형식을 갖추어야 할 곳이 아니라면

청바지는 훌륭한 외출복이 된다. 
이렇듯 특별한 형식의 구속이 없고 자유로움으로 상징되는 청바지가 
코디네이션과 개성의 표현에 있어 편한 옷이라는 사실엔 공감한다.  
 

 

하지만 활동에 있어서의 청바지는 결코 편한 옷이 아니다.
체육활동이라던가 사회봉사 활동 등 강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그런 일을 할 때 청바지처럼 힘들고 불편한 옷은 없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청바지는 편한 옷이라는 관념 때문에

착각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뭔 얘길 하려고 이렇듯 되지도 않는 '썰'을 잔뜩 풀었을까나..... 
 

 

 

 


 * * *
 

 

 

 


어느 날 저녁 TV를 보니 내 고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전북 군산의 갯벌과 그곳에서 나오는 바지락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리포터가 직접 그곳에 가서 취재하고 같이 일하며

지역과 상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갯벌에는 밀물과 썰물로 인해 일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데

리포터가 조금 늦었다. 
방송국 PD도 그런 것쯤은 편집해서 안나오게 해야지 
리포터가 늦게 도착하는 장면까지 TV에 나오니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 보기에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 리포터 보게나. 
아주 이쁘게 생긴 청바지를 입고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간다. 
그리고 카메라가 돌아가니 하는 척하며 갯벌에 쪼그려 앉는데 
이거야 원 보는 내가 불편해서 볼 수가 있어야지.....
몸에 붙은 청바지가 몸매는 잘 드러낼 지는 몰라도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아 기어다니듯 움직여야 하는

갯벌에서의 바지락잡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 관련도 없고 전혀 도움도 못 주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갯벌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얇은 면바지나 반바지, 
그리고 아줌마들은 얇은 면바지나 환상의 몸빼바지가 복장의 전부다. 
몸빼바지는 쪼그려 앉아 일하는 데에는 최고의 작업복이다.  
 
 

리포터를 하려면 최소한 현장 분위기와 동화되도록 노력하라. 
동화되지 못하겠으면 갯벌까지 들어가지 말고 갯벌 밖에서 취재해라. 
이제 형식적인 것, 가식적인 것은 싫다. 
그리고 그 리포터는 이 기회에 확실히 알아둬라. 
청바지는 입을 때 마음이 편하지, 일할 때 몸이 편한 옷은 아니다.
 
 

 

 

 

 

 

 

 

 

 

아하누가

아무리 내가 외쳐도 청바지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편하다는 이유로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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