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둔 미래의 책은 이런 모습이다.
일단 겉으로는 지금의 책과 똑같이 생겼지만
그것은 종이로 만든 것이 아니라
얇은 재질로 만들어진 첨단 전자장비다.
반으로 갈라진 면을 펼치면 두 개의 스크린을 이루어 모니터처럼 변하고
옆면에 장치된 드라이브에 조그만 칩을 넣으면
읽고 싶은 책의 내용이 스크린에 떠오른다.
책장을 넘기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글을 스크롤시키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이 재미가 없어지면 다른 모드로 바꾸어 펼쳐진 두 면을
하나의 스크린으로 만들고
옆면의 장치된 곳에 이어폰을 꽂으면 영화관으로 변한다.
거기에 입체 안경을 쓰면 손에 든 화면에서 괴물들이 날아다니는
환타지 영화 한편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지하철 같은데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입체 안경을 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책 아닌 책을 보는 것이 바로
내가 예상한 미래의 책이다.
종이는 이미 찾아볼 수 없고 책의 커버에는 메이커 이름이 적혀 있을테고
작은 칩 하나하나에 제목이 적혀있을 것이다.
우리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글을 읽는 일이 많아졌듯이
밝고 어둡게 조절이 자유롭게 되는 모니터를 책으로 삼아
들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종이에서 느끼는 풋풋한 냄새는 이미 없어졌고
활자에서 느끼던 친근함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러니 내 예상대로 미래에는 책이 이런 모습을 띤다면
결코 바람직스러운 모습은 아닐 듯 싶다.
* * *
지난 일요일엔 집 식구들 데리고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촌스럽게 무슨 가족사진을 사진관에 가서 찍냐고
아내도 그랬고 주변 친구들도 그랬다.
하지만 그말을 들을 때마다 나의 반문은 이랬다.
"그래서 다들 가족 사진 제대로 찍은 거나 있어?"
사진관은 어린이들을 주로 찍는 작은 스튜디오인데
우리집이야 아직 어린애들이 있으니 그런 스튜디오가 적격이다.
미리 시간을 정하고 갔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시간대별로 예약이 되어 있어 서두르지 않으면 계속 밀릴 지경이다.
가족사진을 이리 많이 찍나?
사진기가 집집마다 한 대 이상 보급되면서
나는 사진관이란 곳은 곧 망해버릴 줄 알았다.
누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랴는 생각이었다.
사진관 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목욕시설이 되어 있으니
대중목욕탕도 망할 거라 생각했다.
집집마다 컴퓨터와 초고속인터넷이 없는 집이 없으니
PC방도 망할 거라 생각했다.
집집마다 커다란 TV가 있기에 영화관도 망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들이 정말 망했나?
미래라는 것은 기존의 것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지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고 기존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식구들과 함께 간 사진관에서 나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걱정하는 미래의 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책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되 아마 새로운 가치가 형성될 것이다.
다행이다.
아하누가
아마도 스티브잡스가 이 글을 읽고 아이패드를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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