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로 그나마 내게 재미를 가져다 준 것이 한비야의 여행기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이다.
한비야의 나이가 58년생이라니 내게는 큰누나뻘이지만
그렇다고 한비야씨라던가
한비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엔 그 느낌이 안좋을 것 같다.
그냥 이름을 정겹게 부르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할까.
오래전에 그 책 1권을 보았는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없다.
두 번이나 보았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이 안났었다.
그러다 추석 연휴 때
다시 펼치니 그전에 느낄 수 없던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1권은 중동 지역 여행기여서 최근의 9.11 미테러 사건들과 맛물려서인지
세 번만에 그 책의 진정한 묘미를 찾은 셈이다. (같은 책을 3번이나 읽었다니
남들은 이상하겠지만 원래 체질적으로 그런 걸 즐긴다.
3번 본건 아무것도 아니다.
'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라는 책은 벌써 스무번도 넘게 보았지만
아직도 뭔 내용인지 모르고 있다.)
그런 한비야 책을 오늘은 4권을 사들고 들어왔다. 부지런히 읽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3권 여행부터는 제법 이름을 날리고 쓰기 시작한 글 같다.
책도 무척 많이 팔렸을 것이고 이름도 제법 날려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을 것이다.
그럼 한비야의 오지여행기가 왜 그리 많이 팔렸을까?
한비야의 책은 화려한 수사가 없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의 판단으로는
화려한 수식으로 단장할만한 여유가 없을 만큼
충분한 컨텐츠로 꾸며졌다는 것이다.
어떠한 비유나 수식 없이 있었던 일만 이야기해도 충분히 놀라고
충분히 감동할만한 일들이었으니까.
바로 그러한 충실한 내용과 경험이 가식없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나는 한비야의 오지여행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가장 커다란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그것은 한비야가 책을 쓰려고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바로 그 간단한 사실이 바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감을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말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다.
* * *
일요일 저녁 TV프로그램중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라는 프로가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성공요인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프로그램인데 가끔 보게 된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성공요인이라는 것을 들을 때면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다.
성공요인은 성공한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그리고 성공한 뒤에야 어떤 것 때문이라고 의미를 찾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유기적으로 얽혀진 많은 이유 중 한가지가 비로소
성공요인으로 인정받게 되기도 한다.
그저 그런 것을 우리는 성공요인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세상의 일에 성공하는 방법이란 딱 한가지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말해주면 그게 성공이다.
자신이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테니까.
오지여행가라는 닉네임이 붙은 한비야는 분명 성공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도 벌고 이름도 날렸으니
성공뿐 아니라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책을 읽으며 반복되는 생각은
성공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 바로
성공의 원인이었다는 아이러니컬한 생각뿐이다.
3권과 4권의 여행에서는 경제적으로 제법 넉넉하게 갈 수도 있었고
세상의 단맛도 느꼈을 텐데 처음처럼 여행을 했다.
처음과 끝이 꾸준하니 어찌 성공하지 않겠나. 당연한 일이다.
책 말미에 보니 국제기구에서 난민을 위한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야 아무런 관계도 없고
나와는 평생 한번도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새롭게 도전하는 그의 '또 하나의 성공'을 기원한다.
아하누가
유명해지니 구설수도 많이 오른 한비야지만 판단은 각자가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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