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형태의 미스테리중 가장 현실감있게 남아있는 것이
바로 꿈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어느 누구나 꿈에 대한 경험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한 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꾸는 꿈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며
그 순간이 하룻밤을 잘 동안 5~6회 정도 반복이 된다고 한다.
또한 꿈을 꾸는 내용도 과거의 기억에서부터 현실, 그리고
미래의 소망으로 변하며 마지막 5,6번째 꾸는 꿈은
앞에서 꾸었던 꿈들이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잠에서 깨었을 때 기억이 나는 꿈은
자는 동안 꾸었던 5~6번의 꿈중에
가장 최근 것이기에 해괴망측한 일들이 뒤섞여져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의 연구가 그럴듯 하긴 하지만
과연 그것을 무엇으로 입증해야 하는지 또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꿈에 대한 연구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것만 같다.
* * *
오래전 군생활 당시에 꾸었던 몹시 억울한 꿈을 소개한다.
꿈의 스토리는 이렇다.
취침전 일석점호 시간.
흥분한 당직자가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가며 점호를 취하고 있었고
침상 위에 정렬한 군인들은 그 긴장된 시간을 이를 악물어가며 버티고 있었다.
흥분한 당직자 인사계(하사관중에 제일 높은 사람을 으레히 이렇게 부른다)는
발길질을 하기도 하고 머리박아를 시키기도 하고
한놈 불러 놓고 타이슨 마냥 주먹질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공포의 점호시간이 무려 2시간 -
겨우 점호를 마치고 자리를 깔고 잠자리에 누웠다.
안도의 한숨은 물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휴식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잠만 들면 된다.
그러나 -
꿈의 내용은 바로 여기까지였고 바로 다음 순간
보초근무 나가라며 침을 질질 흘리며 자는 나를 불침번이 깨웠다.
당시 누워자던 나는 이게 지금 무슨 귀신잡는 소리인지
알 길이 없어 어이 없는 표정으로 잠을 깨운 불침번에게 말했다.
“저, 지금 막 누운 상태라 아직 잠도 안들었는데요?”
그러자 보초근무 나가라는 그 고참은 잠시 호탕한 척 웃더니
곧바로 사악한 얼굴로 변하여
무방비 상태인 나를 향해 원투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이번에도 꿈이려니 생각하며 자신있게 맞았지만 꿈이 아니라 진짜 실전이어서
그 황당황과 육체적 고통은 더욱 컸다.
계급의 우위로 보아 때리면 맞아야 한다지만
이렇게 억울한 일도 없었다.
하지만 하라는대로 하는게 군대요 또 군인인지라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산으로 기어올라가야 했다.
하도 정신이 없고 어이가 없어 같이
오르던 고참에게 엊저녁 점호를 얼마나 오랫동안 했냐고 물으니
5분만에 끝나서 잠도 많이 잤을텐데 웬 헛소리냐며
또 다시 원투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2시간짜리 점호를 받느라고
한숨도 못잔 상태였다.
말 그대로 정말 한숨도 못잔 셈이다.
한참 달게 잤어도 피곤할텐데
그 시간에 2시간짜리 일석점호를 받았으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도대체 군대의 점호라는게 무엇이길래 인간의 잠재능력의 표현인
꿈에까지 나타나 사람을 괴롭히느냐는 말이다.
아마도 군에 다녀온 사람은
저 지긋지긋한 점호의 기억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이제는 꿈에서나 나타날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 * *
국방부 국방개혁추진위원회의 “신 병영문화창달 종합추진계획” 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침상 3선에 정렬”로 대표되는
군내 일석점호가 사라진다고 한다.
따라서 우선 모든 부대에서 매일 9시 정각에 실시중인 일석점호를 없애고
부대인원 파악과 야간근무자의 교육으로 대치키로 했다니
이제 신세대 장병들은 일석점호의 공포에서 벗어나
조금더 편안한 군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30여명을 수용하던 내무반은
8~9명이 생활하는 소공간으로 작아지고,
신세대 장병들의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입대전 사용하던 PC, 전공 책자,
각종 악기 등의 반입을 허용해 전공분야 학습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니
이야말로 꿈속에서나 그려볼만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 셈이다.
어쩌면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진작 이렇게 젊음을 바치는 청춘들의 시간에 대한 댓가를 치루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틀에 얽힌 생활에서 벗어나
좀더 개성적이며 창의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데에 대하여
환영의 의사를 표한다.
다만 환경의 변화 때문에 군인들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전투력이 약해지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아하누가
나이 50에 들어서면서 나는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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