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드러그(Happy Drug)라는 말이 있다.
일반의 의약품이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것이 대부분의 용도라면
이 해피 드러그라는 것은 딱히 아프다기 보다는 비교적 정상의 상태에서
더 좋아지려고 복용하는 약을 일컫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비아그라’가 있고
이외에도 지방의 소화를 억제하여
살이 빠진다는 약,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약, 우울증을 없애준다는 약 등
종류도 다양하며 산업의 성장속도도 빨라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한다고 한다.
약으로도 그런 치료 아닌 치료가 가능하다니
갑자기 좋은 사업구상이 떠오른다.
제약회사를 차리고 약을 만든다. 약의 이름은 일명 ‘스트레스 해소약’이다.
그렇게 타이틀을 걸고 내용을 세분화시켜 약의 종류를 매우 다양하게 만든다.
성분이나 효과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포장에는 다르게 쓴다.
<스트레스 해소약 분류>
1. 부부 싸움하고 먹는 약
- 한대 맞고 먹는 약
- 두대 맞고 먹는 약
- 세대 이상 맞았을 때 먹는 약
- 집안의 기물이 파손되었을 때 먹는 약
- 옆집에서 구경왔을 때 먹는 약
2. 학교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이 먹는 약
- 성적이 5등 이상 떨어졌을 때 먹는 약
- 성적이 10등 이상 떨어졌을 때 먹는 약
- 성적 떨어졌다고 선생님께 혼나고 먹는 약
- 나보다 공부 못하던 애가 나보다 성적이 좋았을 때 먹는 약
(이 약은 크기가 거의 농구공 수준이며 값 또한 매우 비싸다)
3. 자녀가 말을 안들었을 때 먹는 약
- 말 안들은 아이가 아들일 때 먹는 약
- 말 안들은 아이가 딸일 경우에 먹는 약
- 자녀가 집을 나갔을 때 먹는 약
- 자녀의 심한 밥투정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 약
4. 유아용 스트레스 해소약
- 원치 않은 시간에 잠에서 깼을 때 먹는 약
- 기저귀를 늦게 갈아줘서 짜증날 때 먹는 약
- 엄마 젖꼭지에서 담배 냄새 날 때 먹는 약
- 돌잔치 앞두고 스트레스 받았을 때 먹는 약
5. 소개팅하고 돌아와서 먹는 약
- 상대가 폭탄이었을 때 먹는 약
-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먹는 약
- 잘난 척하다 개망신 당했을 때 먹는 약
- 식사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 먹는 약
쓰다보니 이렇게 나가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 여기서 중단한다.
* * *
의학이라는 것을 내가 잘 알 리 없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 세상에는 약으로 치료할 상황이 있고
아닌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의학적인 문제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이며
또한 섭리일 것이다.
세상에는 약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먹으면 즉시 행복해질 수 있는 약이 정말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것을 마약이라 부를 것이다.
스트레스는 해소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약까지 찾기 시작한다면
이미 우리의 삶은 너무나 불행하다.
아하누가
먹으면 행복해지는 약은 아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