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 채널을 돌리다 보니 어느 외국 위성방송에서 축구중계를 하고 있었다.
열렬한 축구광인 내가 당연히 채널을 멈추니
옆에서 드라마를 보려하던 아내가 난데없는 생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여보! 당신 이거 얼마전에 봤잖아요!!!!”
세상에.... 어느 팀이 하는 경기인줄도 모르겠는데
그전에 이미 본 경기라고 우기는 것이다.
“아니, 어떤 팀인지도 모르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어이가 없는 목소리로 반문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내가 얼마전에 이미 보았던 축구중계라며
되지도 않는 소프라노 조수미 목소리로 박박 우기고 있었다.
그러던중 마침 TV 화면에 골키퍼가 공을 놓고 뒷걸음질 치다가
앞으로 힘껏 내차는, 이른바 ‘골킥’ 장면이 나왔다.
아내는 그틈을 놓칠세라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바로 저 장면이 저번에 있었다니까 그러네....”
결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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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축구광이다.
그러나 아내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생트집쟁이다.
이 나라에서 TV 채널을 가지고 마누라를 이기는 남편은 없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