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시작되기전 한겨레 신문에서 월드컵에 출전하는 23명의 선수들과
일일이 인터뷰를 하고 이를 하루에 한사람씩 신문에 게재한 적이 있다.
어느 날의 인터뷰는 월드컵 출전 선수중 골키퍼인 최은성 선수와의 인터뷰였다.
최은성 선수는 주전이 아니다. 주전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우리 선수중 수비수 현영민 선수와 함께
월드컵 경기에 출전할 확률이 가장 적은 선수다.
그래서 인터뷰의 주제도 과연 월드컵에서 뛸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인터뷰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최선수는 결코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고 말했고 기자는 계속 질문했다.
그러던 기사 말미에 기자는 인간적으로 묻는다는 전제로 최선수에게
'정말 조금도 월드컵에서 뛸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최선수는 놀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월드컵에서 뛴다는 것은 (김)병지 형이나 (이)운재가 다친다는 얘긴데
그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나는 이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최선수가 신세대 주자인 김용대를 제치고
월드컵 엔트리에 합류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로 경기에 나갈 확률이 적은 선수는 발전 가능성이 큰 다음 세대 선수를 선발한다.
그래서 좋은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경험도 쌓고
단지 10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면 나중에 커다란 경험이 된다.
지난 1998년 월드컵에서 영국의 19살 신예 마이클 오언의 등장이 그러했고
한국 팀의 이동국 선수의 등장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최선수의 마음가짐과 그로 인한 성실함은 감독으로부터
그러한 관례를 깨트리게 되었다.
최은성 선수는 자신이 월드컵 경기에
단 한게임도 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제나 즐겁게 훈련에 참여했고 우리 공격수들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았다.
더 강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자신이 몸을 던졌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의 숨은 공로자가 어디 최선수 뿐이겠냐만
이러한 숨은 공로자들로 인해 온 국민의 기쁨이 배가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경기에 출전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것도 좋지만
똑같이 고된 훈련을 받으면서 묵묵히 뒤를 받쳐주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4강에 올라올 때까지 단 한경기도 출장하지 못한
김병지, 최성룡, 최태욱, 윤정환, 이민성, 현영민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훈련은 함께 하지만 출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훈련 파트너
정조국, 최성국, 염동균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 비록 지금 출전하지 못했더라도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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